빛을 따르는 사람들

목차

불멸의 새

The Phoenix

에버하르트 아놀드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불멸의 새는 500 년 또는 600 년마다 죽기 위해서 아틀란티스 섬의 해안으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스스로 향나무를 쌓아 올려 활활 타올라 한 줌의 재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났고, 태양을 향해 날아 올라 그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이집트의 종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님을 경험하게 될 때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창조의 역사 끝으로 이끌려 갈 것입니다. 오래된 세상이 소멸한다는 것은 하나님 안에서 새로워진 세상이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심판에 관한 성령의 불세례는 먼지 같은 재에서 불멸의 새를 소생시키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힐리오퍼

The Legend of Heliopher

아이야, 내가 이야기 하나 들려주마. 이 이야기는 오래 전에 하디 아놀드라는 독일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란다. 그 할아버지가 살던 때보다 더 오래된 옛날 옛날에 어느 깊고 어두운 숲 속에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한 부족이 살고 있었대. 그곳은 나무들이 너무 빽빽이 자란 나머지 따뜻한 햇살이 두텁게 엉킨 가지들을 뚫지 못할 정도 였대. 거기에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사나운 야수들이 많았는데 부모한테서 멀리 떨어져 노는 아이들을 주로 노렸지.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과 파괴의 공포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고, 끝없는 절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단다. 끊임없이 이 사악한 어둠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빛들을 질식 시켜 버렸어.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 사랑할 수 없게 됐지.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화가 나서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너무 끔찍했겠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친 야수들의 공격을 혼자서 당해낼 수 없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했지. 모두가 숲을 벗어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갔어. 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빛이 있다는 걸 믿으려고 하지 않았어. 나이든 어른들이 어슴푸레 빛나는 흐린 눈으로 자신들의 빛나는 젊은 시절과 축제의 얘기를 할 때면 젊은이들은 비웃으며 조롱을 했지. 하지만 그들 중에 힐리오퍼라는 젊은이가 있었단다. 그는 너무 많이 외로웠는데,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슬퍼하면서 그들을 구원할 길을 찾고 있었어. 우울한 환경 속에서도 힐리오퍼는 마음속에 끊임없이 빛과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지. 어느 날 힐리오퍼는 살던 곳을 떠나 태양을 찾아 나섰어.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위험한 숲을 헤매던 힐리오퍼는 영혼이 다칠 위험도 여러 번 겪었고, 자주, 아주 자주 거의 희망과 확신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단다. 하지만 힐리오퍼는 용기 있게 자신 내면과 외부의 적들에게 단호히 맞섰지. 그러던 어느 날 힐리오퍼는 마침내 숲의 끝에 다다라서 태양의 눈부신 빛을 보게 되었어.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기절을 하고 말았단다. 해질녘에야 깨어난 힐리오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걸 보았단다. 힐리오퍼가 잠든 동안 그 사람들이 그를 따뜻하게 돌봐줬던 거야. 힐리오퍼는 그 태양의 사람들과 함께 초원 위에 지어진 소박한 집에 살면서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을 받으며 깊은 평화와 기쁨을 누렸어. 그리고 얼마 후, 힐리오퍼는 고향 사람들을 찾아 숲으로 돌아갔어. “오세요, 형제들, 누이들, 오세요!”라고 힐리오퍼가 숲의 사람들에게 외쳤어. “제가 여러분들을 빛이 있는 곳으로 데려갈게요.”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었고, 의심에 가득 찬 질문을 퍼 부으면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어. 어떤 이들은 크게 비웃었단다. 하지만 마침내, “그래, 가 보자!”라는 환호성과 함께 기다렸던 출발이 왔지. 그때 힐리오퍼의 눈동자는 태양의 광채로 빛나고 있었어. 하지만 길은 멀고 험난했단다. 그리고 많은 고통과 희생을 따르게 되자 사람들은 불평하기 시작했어. “저 녀석을 죽여 버리자. 배신자!”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사람들의 눈에는 짙은 증오의 빛이 타올랐어. 그 중에 현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니야! 저 녀석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심판하자. 사람들에게 순교자를 주는 건 아주 위험해.”라고 말했어. 하지만 힐리오퍼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빛과 사랑에 대해 말해 주었지. 하지만 현인들은 “거짓말이야! 세상에 빛은 없어, 태양도 없고, 사랑도 없다고! 우리는 이 숲보다 더 어둡고, 저 야수들보다 더 잔인해져야 살아 남을 수 있어.”하며 소리쳤어. 힐리오퍼는 아주 고통스러웠단다. “오, 믿지 마세요, 여러분들, 더 짙은 어둠으로 어둠을 이길 수 있다니요, 더한 잔인함으로 거친 야수들을 누를 수 있다니요. 사랑만이 강해요. 오직 태양의 빛만이 어둠을 물릴 칠 수 있어요.”라고 말했지. “조용히 해!” 현인들이 다시 소리쳤어. “빛은 없어, 태양은 없다고!” 사람들도 분노와 절망으로 목을 감싸 쥐고 소리쳤어. “빛은 없어, 태양도 없어!” 갑자기 힐리오퍼가 “나를 따라 오세요.”하며 소리 높여 외쳤단다. 그리고 자신의 손톱으로 가슴을 찢어 열었어. 그의 심장은 사랑으로 불타고 있었지. 그의 심장은 어두운 숲 속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며 빛을 내뿜고 있었단다.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받쳐 머리 위로 높이 들었어.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갔어. 경외 감으로 놀란 사람들은 조용히 그 타오르는 심장을 따라갔어. 마침내 사람들은 태양빛을 보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어. 너무 기뻐서 태양이 발산하는 사랑의 빛 아래서 춤을 추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지. 그리고 서로 부둥켜안고 용서하고 화해 했단다. 힐리오퍼는 어떻게 됐냐구? 지친 힐리오퍼는 숲의 가장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어.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사랑으로 고동치는 그의 심장을 천국의 빛을 향해 치켜들었어.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그의 마지막 미소를 남겼단다.

막혀진 시냇물

The Blocked Stream

월터 후시 Walter Huessy 옛날에 높은 산 속의 중턱에 아름다운 계곡이 있었습니다. 산 사이에서 나오는 물은 수정같이 맑은 강이 되어서 흘렀고, 계곡의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곳은 낙원처럼 아름다웠고, 깊은 평화와 화합이 그 계곡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쁨과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 안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고, 오직 창조 주 하느님께 감사하며 모든 것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이 모든 놀랍고 영광스러운 선물들과 생명을 주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노동은 놀이와 같았고,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했습니다. 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할 줄을 알았습니다. 이 행복한 삶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고, 어떤 것도 더 바라거나 다른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아버지인 하느님이 그들에게 금지시킨 일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사랑의 영감으로 충만해 있었고, 그것 때문에 그들의 삶은 풍요로웠습니다. 오직 한 가지의 경고만이 한 지혜로운 노인을 통해 그들에게 전해졌는데, 하느님이 사람들의 조상에게 주신 명령이었습니다. 그건 거대한 불행이 온 계곡을 덮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주변에 있는 산들에 터널을 내거나 땅에 구멍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계곡에 사는 어느 누구도 그런 일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답니다. 왜 사람들이 캄캄한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만 할까요? 찬란한 햇빛 아래서 아주 즐거운데 말입니다. 태양은 그을리거나 태우지 않고 오직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을 내려 주었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감사하고 기뻐했습니다. 어느 날 키가 크고 마른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검은색 망토를 입은 그 남자는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 왔다는데, 그의 눈빛은 성미가 급해 보이고 날카로웠습니다. 그는 계곡 주변을 혼자서 맴돌았고, 그의 행동은 부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형제자매도 없이 혼자 사는 그의 삶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을의 원로 중 한 분이 그에게 가서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마음에 품은 생각을 드러내었는데, 그가 알 수 없는 영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그곳에 있는 산에서 금과 다이아몬드가 발견될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파기 위해서는 계곡 사람들의 허락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대가로 보물의 사분의 삼을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말입니다. 계곡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풍성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사람들은 땅을 파서는 안 된다고 했던 조상들의 경고를 기억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그 낯선 남자에게 “만약 당신이 우리 형제로써 우리와 살기를 원치 않는다면, 당신이 온 곳으로 돌아가도 좋소.”라고 말했습니다. 그 수상한 사내는 사람들의 무지함에 매우 화가 난 채 떠나 버렸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 어두운 낯선 남자가 다시 계곡을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금과 다이아몬드 몇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빛나는 금과 수정같이 맑은 다이아몬드를 보고 그것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알게 되면 확실하게 마음을 바꾸고 자신의 계획에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순박한 계곡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다시 자기들과 함께 살려고 돌아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빛나는 금과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를 보여주었습니다. 몇몇 젊은이들의 눈에 비밀스러운 빛이 반짝였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다시 떠나야 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다른 비옥한 계곡들과 나라들을 통째로 살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그 사내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지혜가 있는 많은 노인들이 세상을 떠났고, 젊은 사람들 중에는 지난 몇 년 동안 그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잊지 못했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계획을 세웠고, 욕망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 우울한 남자는 사람들의 욕심을 더 부추겼고, 수많은 사람들이 불만족스럽게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쁨, 사랑, 그리고 사귐보다 더 귀중하고 큰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예언됐던 불행이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산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수 많은 금과 다이아몬드가 나왔습니다. 그 낯선 남자는 자기 몫을 챙겼고, 계곡의 사람들은 거대한 창고에 자신들의 몫을 쌓아 올렸습니다. 몇 년 후 마침내 산은 엄청나게 파헤쳐졌고, 떨어져 나온 거대한 바위가 가파른 비탈에 여러 층으로 쌓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재앙의 날은 갑자기 생각치 못하게 닥쳐왔습니다. 계곡 쪽을 바라보고 있던 산허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무너져 내렸고, 그것들은 계곡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사람들은 미쳐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전체 계곡이 바위로 덮였고, 모든 사람들이 멸망할 듯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바위 덩어리들이 마을 근처에서 멈춰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재앙이 지나간 것처럼 같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대재앙은 그 다음에 찾아 왔습니다. 산의 물줄기가 막혀 버려서 빛나고 세차게 흘러나오던 물이 더 이상 계곡 안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땅은 더 이상 과실을 맺지 않았고, 엉겅퀴와 가시가 자라나서 일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태양은 식물들을 시들게 하고 태워버렸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평화와 화합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차가워졌고, 곧 각자 자신만을 생각하고 금을 가로채서 더 많이 모으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이전의 삶을 그리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런 비밀스러운 희망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느님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불화, 불일치, 그리고 질투로 가득했고, 죄와 불의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의 마음 속에는 옛날에 계곡을 지배하던 행복과 평화를 원하는 마음이 아주 강하게 일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래된 글들에서 중요한 진리들을 발견하였고, 아주 헌신적으로 조용히 살면서 하느님께 자주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은 그에게 많은 지혜를 주셨고, 그의 가슴 속에는 승리의 빛이 타올랐습니다. 이 젊은이는 마을 사람들의 매정한 불의를 드러내고, 그들이 다시 진정한 삶을 찾도록 도전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동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에 미움을 받고, 경멸을 당하고, 박해를 받기 마련이었지요. 그 젊은이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는 투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내적이고 외적인 불행으로부터 그들을 건져내고 싶은 열망으로 애를 썼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산의 돌덩이들은 물줄기를 마치 무거운 심판 같이 뒤덮었고 빛나던 물은 막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그 젊은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느님이 꿈 속에서 나타나서 물을 막고 있는 큰 돌덩이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돌덩이를 들어 올리려면 그는 생명을 포기하고 그 밑에 묻힐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의 죄와 불의를 대신해서 그는 돌덩이를 들어올렸고, 그 밑에 묻혀 죽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살아있는 물이 흘러나왔고, 며칠 후에는 옛날처럼 계곡의 땅을 적셨습니다. 계곡은 비옥하고 번영했던 이전의 삶으로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밝아졌고, 오직 사랑만이 그들 모두의 마음에 다시 빛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큰 가족으로 모였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아래 보호 받으며 그 일치를 이루어갈 수 있었습니다. 물결 치며 생명을 전하는 물을 통해서 젊은 영웅이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이후로 그 젊은이는 사람들을 이끄는 목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금, 다이아몬드, 그리고 모든 쓸 데 없는 것들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그 계곡의 물을 보고 마신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가족과 하나가 되었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순결한 사랑이 실현이 되었습니다. 그 계곡 전체에 낙원의 아름다움이 피어났고, 땅은 수 천 배의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토퍼루스

Christopherus

한스 토마 아주 먼 옛날,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그를 오퍼루스(Opherus)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아주 힘이 센 소년으로 자랐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랐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도구들과 농사 기구들을 부러뜨릴 정도였습니다. 그의 아버지조차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 일보다 망가뜨린 것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들의 힘센 팔을 견뎌내기에는 아버지의 도구들조차 너무 약했던 것입니다. 녀석의 근육을 한 번 보셨어야 했는데……. 시간이 흘러 오퍼루스는 거인처럼 큰 청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그에게 밭을 갈라고 보냈습니다. 오퍼루스에게 밭을 가는 말들이 너무 느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말들을 풀어주었고, 자신이 직접 쟁기를 잡고 전속력으로 끌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쟁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오퍼루스가 나쁜 뜻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슬펐습니다. 그는 단지 힘이 너무 셌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오퍼루스야, 너는 더 크고 강한 주인을 찾아 섬겨야 될 것 같구나. 네 힘을 바르고 제대로 쓸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오퍼루스는 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왕에게로 가 그를 섬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왕은 마침 강한 나라와 전쟁 중에 있던 터라, 그와 같이 힘센 부하를 두게 된 것을 기뻐했습니다. 몇 년 동안 오퍼루스는 왕을 충성스럽게 섬겼습니다. 어느 날, 왕의 궁전을 찾아온 한 방문객이 얘기하던 중에 ‘악마’라는 이름을 꺼냈습니다. 그러자 왕은 불안해 했습니다. 사실 그는 아주 겁에 질렸던 것입니다. 오퍼루스는 왕이 그와 같이 두려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주인을 섬기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왕은 악마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오퍼루스는 그토록 강하다는 악마를 찾기 위해 왕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오퍼루스가 악마를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악마는 무시무시한 용사의 모습으로 오퍼루스에게 나타나서 기꺼이 그를 부하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퍼루스는 악마의 충성스런 종이 되었던 것입니다. 악마를 섬기면서 그는 정말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강한 주인을 섬긴다는 사실에 오히려 기뻐했습니다. 하루는 오퍼루스가 악마와 함께 마차를 몰고 시골길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길가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를 본 악마는 두려워하며 십자가를 피해 한참을 돌아갔습니다. 깜짝 놀란 오퍼루스는 악마에게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십자가 위에 달려 죽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람이 악마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퍼루스는 바로 그 순간 악마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그리스도에 관한 소식을 들은 사람이 있는지, 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외로움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리스도를 찾아 헤매던 오퍼루스는 한 은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퍼루스에게 진정 그리스도를 찾기 원한다면 먼저 회개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오퍼루스는 인생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은자에게 말했습니다. “그저 앉아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그 이상의 무엇을 하고 싶소.” 그러자 은자는 오퍼루스에게 여행자들이 건너야만 하는 큰 강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에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물은 깊고 물살은 강했습니다. 그는 오퍼루스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그대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나그네들을 강 건너로 옮겨준다면, 당신이 찾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르오.” 수년 동안 오퍼루스는 은자가 말한 대로 하였습니다. 그는 몸을 아끼지 않고 밤이든 낮이든 언제나 강을 건너는 여행자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오퍼루스는 강가에 작은 오두막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를 부르면 언제든 그들을 위험한 강 건너로 옮겨 주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하는 동안에 오퍼루스의 단 한 가지 소원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심하게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그는 “오퍼루스, 나를 강 건너로 옮겨주세요.”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오두막을 나와 강둑 위아래를 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오두막으로 돌아와 다시 잠들었습니다. 곧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매우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오퍼루스, 오퍼루스, 나를 강 건너로 옮겨주세요.” 그는 다시 나가서 찾아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분명 바람 소리였을 것이라 생각하며 돌아가 다시 누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세 번째로 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울음소리처럼 들리더니 조금 지나자 바람 속에서 분명 자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퍼루스, 오퍼루스, 이리 와서 나로 강을 건너게 해 주세요.” 이번에 오퍼루스는 강둑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조그만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작은 아이를 들어 그의 어깨 위에 태웠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되던 아이가 강에 들어서자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곧 아이는 오퍼루스의 몸이 거의 부서질 만큼 무거운 짐처럼 되었습니다. 오퍼루스는 소리쳤습니다. “어이구, 꼬마야! 넌 왜 이리도 무겁니? 지구 전체를 내 어깨에 메고 옮기는 것 같구나.” 그러자 그 아이는 말했습니다. “넌 온 세상을 짊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온 세상의 필요를 짊어지고 가신 이를 옮기고 있단다. 내가 바로 네가 섬기는 왕, 네가 찾는 예수 그리스도다.” 그 아이는 오퍼루스에게 계속해서 얘기했습니다. “지금부터 너는 죽음도 악마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너는 세상의 고통 가운데 두루 다니면서 크리스토퍼루스(Christopherus)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짊어지고 가는 자’라는 뜻이다. 네 영혼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환히 비춰질 것이고, 너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사라졌습니다. 크리스토퍼루스는 그의 명령을 따라 세상 사람들에게 나아갔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는 그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능력을 증거 하였습니다. 많은 그의 옛 친구들은 오퍼루스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의 메시지가 귀에 거슬렸기에 그를 핍박하고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들의 증오는 극에 달했고 마음을 모아 오퍼루스를 죽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짊어지는 자가 되라는 그의 도전과 외침은 결코 죽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기꺼이 우리의 마음과 귀를 연다면, 우리 역시 왕 되신 예수님을 따르라는 그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빛을 찾은 아이들

Tipp and his Light

하인리히 아놀드가 들려준 이야기 사실 그 아이의 이름은 에드워드 였어요. 살이나 되었지만 모두들 그 아이를 팊이라고 불렀지요.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난 팊은 학교에서 가장 힘이 센 말썽꾸러기였어요. 다른 아이들을 놀리거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기 일쑤였답니다. 또한 다른 남자 아이들을 선동해서 선생님께 무례한 짓을 하기도 하고, 여자 아이들이 울 때까지 놀려 대었지요. 팊은 그 나이에 비해 키가 컸고, 힘이 세서 다른 남자 아이들은 꼼짝도 못하고 시키는 일을 다 해야 했어요.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나 특별한 일들을 하려고 하실 때마다 팊은 언제나 나서서 그 모든 일을 망쳐 놓거나 방해를 했어요. 팊은 특별히 엄마가 없는 루이사라는 작은 여자 아이를 못살게 굴었어요. 한번은 자기가 학교 창문을 깨뜨려 놓고서 선생님께 루이사가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루이사를 꾸짖자, 팊은 배를 움켜잡고 웃은 일도 있었어요. 또 한번은 선생님의 책상에서 연필이 없어진 적이 있었어요. 팊은 가장 작고, 수줍음 많은 찰스에게 덮어 씌웠죠. 찰스는 선생님의 꾸지람을 듣고는 너무 억울해서 엉엉 울어버렸답니다. 팊이 가장 싫어하는 건 음악 시간이었어요. 팊이 주로 노래를 좋아하고 열심히 부르는 아이들을 놀렸기 때문에 음악시간에 아무도 노래를 하려 하지 않았어요. 또한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 천사에 대한 이야기도 큰 놀림거리였어요. 팊은 아이들에게 "천사 따위는 없어!"하고 소리치곤 했지요. 그러나 사실 팊은 속마음이 많이 아프고, 불행한 아이일 뿐이었어요.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이 행복한 걸 볼 수 없었던 거지요. 팊에게는 한나라는 살짜리 여동생이 있었어요. 팊과 한나는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팊은 한나를 언제나 못살게 굴 뿐이었죠. 심지어 한나의 생일날에는 선물 받은 인형을 망가뜨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팊은 사실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었어요. 그 아이의 깊은 마음에는 사랑 받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었어요. 팊은 홀로 숲을 걷고 있었어요. 걸으면서 얼마나 자기의 인생이 비참한지 생각 중이었어요.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도 않고, 자기도 사랑하는 이가 없었던 거예요. 팊은 너무 외로웠어요. 그의 부모님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지만, 그들은 너무 가난했지요. 아빠는 공장에서 일하시고, 엄마는 부유한 이들을 위해 빨래를 했어요. 두 분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팊에겐 신경질만 냈어요. 물론 팊은 대들며 말썽을 부렸고요. 집안은 형편없이 지저분했어요. 더러운 그릇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늘 얼룩지고 헝클어져 있는 침대도 엉망이었지요. 먹을 것은 늘 부족했어요. 엄마가 집에 돌아 와서도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실 수가 없었거든요. 팊은 슬픈 마음으로 숲 속을 터덕터덕 걷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어요. '만약에 하나님이 아이들을 사랑하신다면, 나도 사랑하시지 않을까?' 예수님이 아픈 사람들을 고치셨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팊은 자기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예수님께서 나의 이 아픈 마음을 고쳐주실 수 있을까?' 팊은 갑자기 하나님과 예수님께 기도를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기도를 하는 지도 몰랐지만 숲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속삭였어요. "하늘에 계신 하나님, 저는 당신을 알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요. 예수님께서 제 아픈 마음을 고쳐 주세요. 주 예수님, 저를 도와주세요." 기도를 마치자, 팊은 마음 어디 선가 큰 기쁨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어요. 사실 그 기쁨은 팊의 마음에 찾아오신 예수님이셨어요. 그분은 팊에게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셔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고 말해 주었어요. 팊은 울고 또 울었어요. 슬퍼서 울었던 건 아니었어요. 너무 기뻤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뻤던 적은 생전 처음 이었어요. 팊은 이제 예수님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곤 집으로 돌아 왔어요. 부엌은 평소처럼 아주 지저분했어요. 팊은 접시부터 닦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접시를 닦은 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했지요. 누이인 한나를 위해 따끈한 차를 끓이기로 했어요. 한 번도 다정한 말을 한 적이 없는 팊이 끓여준 차에 한나는 너무 놀랐고 기뻤어요. 팊은 누이에게 예수님에 대해서 말했고, 그 분께서 한나를 위해 돌아 가셨다는 것을 알려 주었어요. 한나는 예수님의 영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둘은 너무나 기뻐하며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닥을 쓸었지요. 팊은 엄마를 깜짝 놀래 켜 주자면서 집 안을 아름답게 꾸미자고 제안했어요. 둘은 커피를 끓이고, 빵과 잼으로 정성껏 저녁식사를 차렸어요. 부엌을 청소하기 시작하자 이곳 저곳 더러운 곳이 눈에 띄었어요. 둘은 부엌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박박 쓸고 닦았어요. 마침내 기다리던 엄마가 돌아 오셨어요. 엄마는 피곤하고, 짜증이 가득 찬 상태였지요. 그런데 엄마 눈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셨어요. 놀라운 미소가 엄마 얼굴에 가득 그려졌어요. 그리고 엄마는 따뜻한 커피와 빵, 잼을 맛있게 드셨어요. 처음으로 엄마는 자신에게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는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얼마나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죠.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아빠를 위해 우리 뭔가 맛있는 걸 만들까?' 엄마는 가게에 나가서 아빠를 위해 찬거리를 사왔고, 맛있는 걸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녁이 되자, 아빠는 피곤하고 기분 나쁜 상태에서 집 안에 들어섰어요. 그러나 따뜻하고 맛난 저녁 식사와 다정한 눈빛의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는 너무나 깜짝 놀라서 이렇게 소리치셨어요. "집에 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런 느낌은 처음인걸."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팊은 부모님께 예수님이 자기 마음에 하신 일들을 나누었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팊은 학교에서 모든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주먹 대장이었지요. 그런데, 다음 날 학교에 나타난 팊은 전혀 다른 아이였어요. 팊은 할 수 있는 대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애썼어요. 선생님을 도와 교실을 청소하고, 쉬는 시간에는 남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했어요. 숲을 걷는 동안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깨달았는데, 예수님께서 고쳐 주셨다고 말이에요. 몇몇 아이들은 팊을 향해 야유 섞인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진지하게 경청했어요. 팊은 아이들이 웃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예수님이 함께 하셨으니까요. 집에 돌아오니 할 일이 여전히 많았어요. 숙제를 마치고 여동생과 부모님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다락방에서 발견한 오래된 성경책을 읽고 싶었지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그냥 펼쳐지는 대로 읽었어요. '만약 어떤 이가 네 한 뺨을 치거든, 다른 뺨도 돌려 대라' 팊은 오랫동안 이 말씀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그러자 무언가를 마음에서 느낄 수가 있었어요. '예수님이 이렇게 하셨단다.' 팊은 참된 빛이신 예수님을 만났어요. 한나도 같은 빛을 발견했어요. 그들은 함께 성경을 읽고 다른 아이들을 자기 집에 초대했어요. 함께 노래도 부르고 읽기도 했지요. 어느 날 아이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팊이 성경을 읽었어요. 그 많은 신도들이 다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사도들은 놀라운 기적을 나타내며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신도들은 모두 하나님의 크신 축복을 받았다. 그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팔아서 그 돈을 사도들 앞에 가져 다 놓고 저마다 쓸 만큼 나누어 받았기 때문이다. 사도행전 :- 아이들은 오랫동안 이 말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 성경말씀 대로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도 없었기에 이 말씀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요. 누군가 갸우뚱거리는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었어요. 초대 기독교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에 자기 것을 소유할 수 없었고, 모든 것을 나누었다고 말이죠. 팊과 한나는 예수님의 도움을 구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들 또한 모든 것을 나누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시간이 흘러 팊은 어른이 되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식구들이 먹고 입을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게 되었죠. 그런 중에도 팊과 한나는 예수님을 완전히 따를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어요. 모든 것을 나누고 사랑하는 공동체 말이에요. 팊은 예수님이 이것을 그와 한나에게 원하신다는 것을 아주 확신했고, 이것을 위해 매일 저녁 기도했답니다.

진정한 성탄 선물

The Christmas Present

하인리히 아놀드 산 위에 작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이 마을은 성탄절 때마다 모두 선물을 준비하는 풍습이 있었어요. 이 선물들은 아기 예수님을 위한 것이었는데, 성탄이 오기 몇 주 전부터 사람들은 선물로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을 했어요. '옷을 만들까,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까?' 이 모든 선물들이 마을의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되었어요.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가장 작은 자에게 무엇을 하든지 곧 나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에요. 어떤 이들은 마을의 큰 모임 터를 장식하는 것으로 그 해 선물을 대신하기도 했어요. 양을 치는 목자들은 이른 봄에 태어난 새끼 양 중에 한 마리를 고르고 골라서 성탄절까지 잘 보살폈어요. 어떤 이들은 양털을 선물로 드렸고, 농부들은 곡물이나 꿀을 준비했고, 신발 만드는 이는 새 신발을, 대장장이는 특별한 촛대를, 목수는 긴 의자를, 옷을 만드는 이는 아름다운 옷을 만들었어요. 언덕 위에 사는 지혜 가득한 이는 중요한 순간을 위해 잘 어울리는 시를 구상했고, 바이올린 연주자는 성탄 전야를 위해 특별한 성탄 곡을 연습했지요. 마을 아래 쪽, 가장 작은 집에 사는 화가는 '들판의 목자들'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들은 아이들을 위해 양말을 짰고, 아이들 또한 무언가를 준비했어요. 그림이며 대강 절 달력(대강 절부터 가려진 성탄 그림 하나씩을 찾아가며 성탄을 기다리는 독일 풍습)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지요. 그런데, 이 마을에 사는 한 사람은 선물을 할 만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의 이름은 이타르(Ithar)였는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집시였고, 아주 괴상한 사람이었어요. 눈매는 아주 거칠었고, 힘이 아주 셌지요. 그는 음식과 쉴 곳이 필요할 때만 소작농들 위해 일을 했어요. 그는 늘 가난했고, 동전 한 닢 소유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옷은 아주 낡아 있고, 신발은 형편없었지요. 아이들은 이타르를 아주 무서워했어요. 생김새가 험상궂어서 그가 멀리 서 나타나면 아이들은 줄행랑을 쳤어요. 게다가 늘 퉁명스러웠기에 그를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말수가 적었고, 필요한 말을 할 때에도 냉담하기만 했어요. 이듬해 성탄절이 다가왔어요. 이타르는 사람들이 분주히 선물을 준비하는 걸 보았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타르의 마음은 아주 비참했어요. 성탄 전날 밤이 되었고, 밤은 점점 깊어 갔습니다. 이타르는 마을 중앙 큰 모임 터를 지나가다가 문이 살짝 열린 것을 발견했어요. 오직 작은 등잔만이 건물 안을 밝힐 뿐이었어요. 이타르는 들어가서 고개를 숙여 기도를 했어요. 그리고는 건물 안을 둘러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벽난로 가까이 놓여 있는 구유 광경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깎은 작은 목각상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 말구유에 누인 작은 아기 예수님, 양치는 목자들과 작은 양들 그리고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었어요. 가만히 눈여겨보니 동방 박사들만 아기예수께 선물을 바친 것이 아니라, 양치기 목자들도 작은 등잔을 준비한 것이 아니겠어요. 이타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주님, 저는 당신께 드릴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때, 그의 마음에 응답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타르, 이타르! 네 마음을 내게 다오." 이타르는 할 수만 있다면 자기 마음을 드리고 싶었어요. "주님, 어떻게 제 마음을 드릴 수 있습니까?" 그런데 또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이타르, 만약 네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면 네 마음이 내게 바쳐졌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타르는 떨리는 마음으로 나와서 밤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도중에 땔감을 한 가득 어깨에 짊어진 노파를 마주치게 되었지요. 그 노파는 집이 너무 추워서 성탄이라도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 이 한밤에 땔감을 찾으러 왔다고 했어요. "그 짐을 제가 옮겨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거칠게 생긴 이타르 말에 흠칫 놀랐지만, 선량함으로 가득한 그의 눈을 보고는 마음이 놓였어요. 언덕 위까지 땔감을 날라준 이타르를 향해 노파는 성탄 인사를 했어요. "그리스도의 평화가 당신 마음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이타르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길거리에서 얼어 죽기 직전인 남자를 발견했어요. 이 남자는 이 땅에 집 없는 수많은 이들 중에 하나였지요. 이타르는 그 집 없는 남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고, 자신이 침대로 사용하는 짚 더미 위에 그 남자를 눕히고는 자신의 저녁식사를 대접했어요. 이 남자는 곧 잠이 들었고, 이타르도 맨 바닥에 누웠어요. 그리고 나서 이타르는 자신의 마음이 예수님께 드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세 가지 열쇠

The Keys of Heaven

만프레드 키버 옛날 옛적에 한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왕은 이전의 왕들보다 훨씬 더 위대했고 강력했으며 온 세상을 지배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 왕이 온 세상을 다스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왕은 세상의 가장 아름답고 진귀한 보물들(오빌의 보석-솔로몬 왕이 금, 보석, 백단향을 얻은 땅/ 다마스커스의 장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왕은 세상의 모든 진귀한 보물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늘나라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들은 없었습니다. 왕은 그의 신하들 명에게 명령하여 하늘나라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오라고 했고, 그 신하들은 그 열쇠들을 찾기 위해서 세상 끝까지 가 보았지만 그것을 찾아오는 신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왕은 그의 왕궁을 방문한 많은 현자들에게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왕의 질문에 대답하는 현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왕이 그의 가장 진귀한 보석들을 감상하고 있을 때, 오직 인도에서 온 한 현자가 왕의 질문에 대답 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진귀한 보물들을 선물로 받을 수 있으시지만,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열쇠들은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처럼, 임금님께서도 스스로 그 열쇠를 찾으셔야 합니다.” 그때 왕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스스로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들을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왕이 살던 시대에는 지금과는 달리, 하늘나라의 문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사는 땅과 가까운, 높고 가파른 산의 꼭대기에 있었습니다. 왕은 신하들을 산 아래에 남겨두고는 혼자 높고 가파른 산을 오르고 올라 하늘나라의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늘나라의 문 앞은 태양빛으로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 앞에는 하느님의 영원한 정원의 수호자인 가브리엘 천사가 서있었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오 거룩하신 천사시여, 저는 세상의 모든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땅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들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게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들이 없다면, 제 마음에 평화는 없을 것 입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그 열쇠를 구해서 그 문을 열 수 있겠습니까?” 가브리엘 천사가 말했습니다. “땅의 임금이시여, 그대의 말씀이 옳습니다. 설령 그대가 세상의 모든 보물들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하늘의 열쇠가 없다면 그대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그 열쇠들은 봄철이 오면 이 세상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만물의 영혼들에게 피어나는 작은 꽃들처럼 올 것입니다.” 왕은 어리둥절한 채 다시 물었습니다. “뭐라고요? 그 열쇠를 찾는 것이 단지 조그만 꽃을 찾는 것이라고요? 그런 꽃들은 세상에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그런 꽃들을 그냥 발 밑에서 지나치는 데도요?” 하느님의 천사는 대답했습니다. “왕이시여, 그 열쇠가 사람들의 발 밑에 있고, 사람들이 그것들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열쇠를 찾는 것은 임금님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임금님께서 하늘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세 개의 열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열쇠들은 임금님께서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을만한 올바른 일을 하실 때, 임금님의 발 아래에서 황금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그때 한 어린아이가 하늘나라의 문 앞으로 왔습니다. 어린아이는 작은 꽃 열쇠 세 개를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가 하늘나라의 문에 그 열쇠들을 넣자마자 문은 어린이에게 넓게 열렸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어린이를 하늘나라의 문 안으로 인도했고, 그러자 문은 닫혔습니다. 왕은 닫힌 문 앞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왕은 생각에 잠긴 채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늘나라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꽃들로 가득 차 있는 초원들과 숲들을 보았습니다. 왕은 그 초원과 숲을 걸어갔지만 그의 발 밑에서 하늘나라의 열쇠가 되는 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왕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하늘나라의 열쇠를 찾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 조그만 어린아이도 열쇠를 찾았지 않은가?` 하지만 왕은 열쇠를 찾지 못했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루는 왕과 신하들이 말을 타고 어느 시골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작고 지저분한 고아 소녀가 왕의 화려한 행렬로 다가와 구걸을 했습니다. 왕의 신하들은 불쌍한 소녀가 왕의 행렬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길가로 밀쳐 냈습니다. 하지만 왕은 그가 하늘나라의 문이 있는 높은 산을 오른 이후로 오랫동안 하늘나라의 열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고, 그 이후로 단 한 송이의 꽃도 결코 밟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왕은 그 불쌍한 소녀를 들어 올려 왕의 말에 태우고는 왕의 궁전으로 데려갔습니다. 왕은 그의 시종에게 그 불쌍한 소녀를 위해 먹을 것을 주고, 목욕을 시키고, 좋은 옷을 입히고 왕관을 씌워 줄 것을 명했습니다. 바로 그때, 왕의 발 밑에서 황금의 꽃이 피었습니다. 그것은 하늘나라의 열쇠였습니다. 그리고 왕은 온 세상의 불쌍하고 가여운 어린이들은 왕의 형제자매라고 선언했습니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왕과 신하들이 말을 타고 어느 숲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왕은 어느 나무 아래에서 상처 입고 쓰러져 있는 늑대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왕의 시종이 늑대를 죽이라고 왕의 병사들에게 명령했고, 왕의 병사들은 늑대 주위를 에워쌌습니다. 하지만 왕은 신하들에게 상처 입은 늑대를 살려 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왕은 그 늑대를 품에 안아서 왕이 지내는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왕은 친히 늑대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돌보았습니다. 늑대의 상처는 곧 나아서 건강을 되찾았으며, 그 이후 그 늑대는 결코 왕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왕의 발 밑에서 두 번째 황금 꽃이 피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그의 왕국에 있는 모든 동물들 또한 왕의 형제자매라고 선언했습니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왕은 궁전 안에 있는 정원을 걷고 있었습니다. 왕의 정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었고, 그곳에는 많은 진귀한 식물들이 있었습니다. 왕이 정원의 가장자리를 지나다가 한 작고 볼품 없는 식물을 발견했습니다. 그 식물은 정원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시들고 있었고, 잎은 먼지로 더럽혀져 있었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내가 이 식물에게 물을 좀 주어야 되겠다." 그러자 왕의 정원사가 말했습니다. "임금님 그것은 잡초입니다. 저는 그것을 뽑아서 불태울 겁니다. 그것은 임금님의 정원에 있는 아름답고 진귀한 식물들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작고 볼품 없는 잡초 입니다." 하지만 왕은 그가 쓰고 있던 황금 투구를 벗어서 투구에 물을 가득 담아서 작고 시들어서 죽어가고 있던 식물에게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식물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왕의 발 밑에서 세 번째 하늘나라의 열쇠인 황금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왕은 하늘나라의 문이 있는 높은 산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산 위에서는 하늘나라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었습니다. 활짝 열린 문 속에서는 눈부신 광채와 함께 몇 년 전 가브리엘 천사와 함께 하늘나라로 들어간 어린이와 가브리엘 천사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은 하늘나라의 문이 마침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늘나라의 열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열쇠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보석들보다도 더욱더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용, 그리고 커피 주전자

The Dragon and the Coffee Pot

만프레드 키버 아주 옛날, 높고 깊은 산 속에 무시무시한 용이 살고 있었단다. 그 용은 입으로 독을 내뿜고, 콧구멍으로는 불을 내 뿜었지. 용은 사람들과 짐승들을 잡아먹었는데, 그 모습은 차마 볼 수 없는 슬픈 광경이었어. 독을 내뿜고 사람들과 짐승들을 잡아먹는 용은 세상에서 제일 불친절한 존재였단다. 이 보다 더 나은 일도 있다는 것을 배운 적이 없는 용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겠지. 용이 살고 있는 세계의 교육은 점잖고 교양 있는 삶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구나. 용이 숲에 앉아서 자기 앞을 지나가는 모든 것을 못살게 굴며 잡아먹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니야. 뼈만 남기고 다 먹어 버리거든. 게다가 용은 뼈를 뱉어서 주변에 아무렇게나 보기 흉하게 버려두었단다. 그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 끔찍한 광경을 너무 혐오했어. 어느 날, 한 작은 여자 아이가 산딸기를 찾으러 숲으로 갔단다. 좋은 딸기를 찾다가 아이는 점점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됐어. 아이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집에 돌아갈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어둠은 벌써 엄습해 왔고, 나무들은 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단다. 아이는 멀리 마을의 교회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어. 소녀는 깜짝 놀랐어. 그 아이가 아주 작은 여자 아이라는 걸 기억해 보렴. 아이는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 집에 빨리 가려면 용의 집 앞을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는 지름길을 선택하기로 했지. 밤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고, 아이는 어둠이 너무 무서웠어. 더군다나 그 작은 소녀는 부모님이 집에서 애타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침을 꿀꺽 삼키며 지름길로 가기로 결정했지. 아이는 그녀의 수호천사에게 용의 집 앞을 지날 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단다. 아이가 수호천사를 생각하자마자 수호천사는 이미 아이 옆에 서 있었어. “안녕? 그런데 네가 가는 길은 용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란다.” 라고 천사가 소녀에게 말했어. “알아요. 저도 알아요. 저는 용이 친절하지도 않고, 사람과 동물을 잡아 먹고, 독을 내뱉고, 불을 내뿜는다는 것도 알아요. 다 알지만. 저는 이 길로 가야만 해요. 안 그러면 집에 너무 늦게 가게 될 거예요. 저는 당신이 언제라도 저를 보호해 줄 거라는 걸 알아요.” “그건 그래. 내가 널 돌볼 거야. 용은 너를 해치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네가 이 길로 가면 너는 용을 보게 될 거고, 아주 끔찍하고 기가 막힌 광경도 보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나는 네가 다른 길을 선택하면 더 좋겠어. “저는 어둡기 전에 집에 가고 싶어요. 당신이 저를 지켜주기 때문에 괜찮을 거예요.”라고 작은 여자 아이는 말했다. “아마 용은 산책을 갔기 때문에 집에 없을 거예요. 그러면 나는 용을 안 보게 될 거구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용의 길로 가면서 같은 얘기를 했는지 아니? 용은 산책을 간 적이 한 번도 없어. 자기가 늘 앉아 있는 곳을 지키고 있다고. 만약 내 충고를 어기고 이 길을 가면 너는 용을 만나게 될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저는 어떻하면 좋죠?” “그러면 네 천사를 생각해. 그러면 두려운 마음이 없어질 거야. 아이야, 사람은 절대로 용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 만약 사람이 무서워하지 않으면 그 무시무시한 용이라도 아주 작게 될 거야. 그러면 아무리 용이 독을 뱉고 불을 내뿜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렇게 해볼게요. 당신을 생각하면서 무서워하지 않을게요.” 라고 아이는 말했지. 그리고 아이는 어두운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어. 천사는 사라졌고, 아이는 갑자기 외로움을 느꼈어. 사실 천사는 아이를 떠나지 않았단다. 그냥 보이지 않게 곁에 서있을 뿐이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는 누군가가 아주 무례하게 기침을 하고 코를 푸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 그것은 바로 독을 뱉고 불을 뿜는 용이었어. 작은 여자 아이는 길모퉁이를 돌아왔을 때 땅 위에 앉아 있는 용을 보게 되었단다. 용은 흉측한 꼬리로 끊임없이 땅을 쳤어. 꼴사나운 발에는 긴 발톱이 달려 있었고, 용은 끊임없이 독을 뱉고 콧구멍을 통해서 불을 내뿜고 있었어. 용의 주변에는 동물들의 뼈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정말이지 아주 어지럽고 볼썽사나웠단다. 아이는 놀랐지만, 천사를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갖지 않으려고 애썼어. 하지만 잘 되지는 않았지. “그러면 안 돼. 그렇게 행동하면 좋지 않아.”라고 아이가 말했어. “제발 내가 지나가게 해줘.” “그렇게는 안 되지.”라고 용은 대답했어. 그리고 아이가 지나가야 할 길 위에 바로 엎드려 버렸어. ‘이 용하고 더 얘기를 해야겠어.’라고 아이는 생각했지. ‘어쩌면 용은 내 말을 알아듣고 나를 지나가게 할 지도 몰라. 용은 나를 해칠 수 없어. 천사가 그렇게 말했잖아?’ “왜 사람들을 먹는지 말해 줄래?”라고 작은 여자 아이는 물었단다. “넌 그게 좋은 예절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모두가 널 무서워하는 것이 좋은 거야? 혹시 배가 고파서 그러는 거라면 감자 국 먹어 본 적 있니? 네 코에 있는 구멍 하나 위에 국솥을 하나만 올려놓으면 돼. 한 시간 반이면 국은 다 끓을 거야. 넌 우리 사람들처럼 힘들게 요리 준비를 할 필요도 없잖아.” “감자 국?” 용은 아주 불쾌하게 웃었어. 용은 감자 국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거든. 용은 이빨을 보이면서 웃었는데, 이빨 하나만으로도 힘이 센 남자를 충분히 겁먹게 할 것 같았어. “그래, 감자 국. 감자 국이 얼마나 맛있는 줄 알아? 네가 그걸 좋아하지 않는 건 잘 배우지 못했다는 증거야. 내 커피하고 과자도 한번 먹어봐. 아직 병에는 커피가 있고 바구니에 과자도 남아 있어. 모두 여기에 둘 거니까 먹어. 그리고 나를 보내줘.”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널 잡아먹어버릴 테다.”라고 용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넌 날 잡아먹을 수 없어. 내 천사가 허락을 안 할 거야.” “난 네 천사에게 물어보지 않을 거야!” ‘정말로 용은 절대 천사에게 안 물어볼지 몰라.’라고 아이는 생각했고, 더럭 겁이 났지. “내가 어떻게 날개를 펄럭이지 봐. 널 공중에 데리고 갈 거야.”라며 용이 날개를 펄럭였어. “넌 절대 날 수 없어. 새나 천사만 진짜로 날 수 있어. 넌 진짜 날개도 없잖아. 네 날개는 너무 짧고, 보기도 흉하다고.” 하고 소녀가 말했지. 용은 아주 기분이 나빴단다. 대부분의 용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존경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지. 용들은 자기 자신의 약점에 대해 허허 웃을 줄도 모른다나봐. 여하튼 용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아이를 노려봤어. 아이의 심장은 마치 망치질 하는 것처럼 두근두근 뛰었지만, 아이는 겁을 먹고 싶지 않았어. 천사가 그러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야. “자, 내가 어떻게 엉덩이를 쓰는지 보라고.” 용이 말했다. “내가 한 번만 뛰면 널 잡을 수 있어.” “만약 그렇게 하면 넌 못 배운 걸 증명하게 되는 거야.” 아이는 뒤로 물러서며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천사를 불렀어. 갑자기 수호 천사가 나타났고, 천사 주변에는 다른 천사들이 함께 있었어. 그들은 용이 아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했지. 아이는 더 이상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됐어. 그런데 갑자기 용이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는 거야. “넌 닥스훈트(다리가 짧은 개의 종류)처럼 정말 짧은 다리를 가졌구나!”라고 아이는 말했어. “넌 교육을 잘 받지 않았어! 내 곁에 서 있는 천사들이 안 보이니? 어떻게 날 잡을 거야? 커피를 마시고 과자들을 먹은 다음 어떻게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배우라고.” 아이가 이렇게 말하자 천사들은 사라졌고, 숲은 아주 어두워졌단다. 아무튼 용은 아주 작게 변해 있었어. 용은 커피를 조금 데우려고 커피 주전자를 코 위에 올려 놓았어. 용은 정말 닥스훈트 같이 귀여워 보였지. 아이는 만족스럽게 웃었어. “맛있니?” 하며 아이가 용에게 물었어. 용의 코에 놓인 커피 주전자는 끓기 시작해서 증기가 올라왔지. 용은 따뜻한 저녁을 잘 먹기 시작했어. 아이는 커피 주전자를 챙긴 다음 용에게 잘 자라고 말한 후 집으로 돌아갔어. 용의 집 앞을 지날 때 시작했던 교회 종은 아직도 울리고 있었어. 사실 아이가 용과 함께 있었던 시간은 아주 짧았는데, 우리가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할 때면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 그 이후로 사람과 짐승들을 용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용은 닥스훈트처럼 작아진 채로 감자 국을 먹으며 살았단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용이 살고 있는 길처럼 위험한 길로 갈 때가 많단다. 그럴 때면 우리의 수호천사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 그러면 아주 위험한 용이라도 마치 감자 국을 즐기는 작은 개처럼 양순해질지도 몰라.

은 방패 기사단

The Knights of the Silver Shield

레이몬드 맥도날드 알덴 옛날 어느 숲에 아름다운 성이 있었어요. 그 성은 돌로 쌓은 담과 높은 성문, 그리고 높은 나무 위에 우뚝 솟은 작은 탑들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 숲은 어둡고 위험했으며, 나쁜 거인들이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성안에는 기사단이 있어서 숲을 오가는 나그네들을 도와주고 보호하고, 또 때로는 거인들과 맞서 싸울 수 있었어요. 이 기사들은 멋진 갑옷을 입고 있었고, 긴 창을 갖고 다녔으며, 그들이 쓰고 있는 투구에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멀리 서도 볼 수 있게 붉은 깃털 장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장 멋있는 것은 기사들이 들고 다니는 방패였어요. 그 방패는 성에 사는 위대한 마법사가 오래 전에 만든 것으로, 여느 방패와는 달랐어요. 방패는 은으로 만들어져서, 태양 빛 아래에서는 눈이 부시도록 빛났지만 안개가 끼어 있을 때에는 방패에 구름이 낀 것처럼 뿌예서 방패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어요. 어린 기사가 자신의 갑옷과 박차를 받을 때 이 은 방패도 함께 주어졌어요. 이 방패가 새것이었을 때에는 표면이 언제나 구름이 낀 것처럼 뿌옜어요. 그러나 기사가 거인들과 싸우기 시작하면 또는 나그네를 돕기 위해 숲으로 원정을 다녀오거나 하게 되면 방패는 점점 빛이 나기 시작해서 마침내 기사가 자기 얼굴을 비쳐 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나 기사가 게으름을 피우거나 겁쟁이처럼 행동하면, 또는 거인에게 지거나 나그네를 돌보지 않는다면 방패는 다시 어둡고 뿌옇게 되어 기사를 부끄럽게 만들었지요.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랍니다. 기사가 특별히 어려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또는 성주의 어려운 심부름을 힘껏 수행했다면 그 방패는 밝게 빛날 뿐 아니라 방패의 중심을 자세히 들여 다 보면 황금 별이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어요. 이것은 기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다른 기사들로부터 부러움을 살만한 것이었어요. 또한 이러한 일은 기사가 꽤 나이가 들어서 얻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오직 별이 새겨진 방패를 가진 기사만이 성주가 될 수 있었어요. 어느 날 숲의 거인들이 크게 모여 기사들과의 한판 싸움을 준비하게 시작했어요. 거인들은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캠프를 치고 자기들의 전사들을 모았어요. 그리고 모든 기사들도 한판 싸움을 준비했어요. 성의 모든 창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성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갑옷을 만지며 싸움을 준비했어요. 기사들은 너무 흥분되어서 쉴 수도 무언가를 먹을 수도 없었어요. 성에는 롤란드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 누구보다도 용맹하고 지혜로운 젊은이였어요. 그는 용감한 투사였고, 기사도를 발휘할 일이 생기면 그의 눈은 정의감으로 빛났어요. 그는 아직 어렸지만 그의 방패는 이미 빛나고 있었고, 이는 그가 이미 숲에서 여러 가지 일을 잘 감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그는 이번 싸움이 생애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침내 모든 기사들이 성의 광장에 모여 사령관의 명령을 기다리는 진군의 아침이 되었어요. 롤란드 경은 가장 치열한 최전선에 서게 되어 자신이 누구인가를 증명하게 되길 바랬어요. 마침내 성주님이 나오셔서 명령을 내렸어요. "한 명의 용감한 기사가 남아 성문을 굳게 지켜야 한다.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 내가 선택한 자는 롤란드 경 바로 자네일세." 이 말에 롤란드 경은 너무 실망이 되어 자기 입술을 깨물었어요. 그리고 아무도 자기 얼굴을 볼 수 없게끔 투구를 내렸어요. 그 누구보다 싸울 자신이 있는 자기를 뒤에 남겨두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껴져서 사령관에게 화를 낼까도 생각했어요. 그러나 자기의 이런 감정과 싸우며 조용히 성문 앞으로 다가가 맡겨진 임무를 살펴보았어요. 성문은 좁고 높았으며 성을 둘러싼 호수를 가로지르는 좁고 높은 다리를 통해서만 올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만약 적이 올 경우에 성문 안에 있는 문지기 기사가 종을 울려 다리를 들어 올리게 되면 아무도 호수를 건너 성으로 들어 올 수 없게 되었어요. 오래 전에 거인들이 성을 공격하는 것을 포기한 이유가 여기 있었어요. 오늘 전투는 숲의 어두운 공터에서 벌어질 것이고, 오늘 문지기 기사는 평범하게 문을 지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롤란드 경이 생각하기에는 아무나 이 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다른 모든 기사들이 갑옷을 번쩍이며 성밖으로 행진해 나갔어요. 기사들은 투구에 달려 있는 깃털 장식을 멋지게 휘날리면서 손에는 창을 들고 용감하게 전쟁터로 향했어요. 성주님은 나가면서 롤란드 경에게 잠깐 멈추어 서서 그들 모두가 들어오기까지 성문을 단단히 지키고 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그리고 모두 숲으로 사라졌어요. 롤란드 경은 가만히 서서 그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은 지켜보았어요. 자신도 저들과 함께 싸움터에 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생각했어요. 그러나 잠시 후 이런 생각들을 접고 다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충실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싸움터로부터 어떠한 소식도 없었어요. 그러던 중 드디어 한 기사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성으로 다가왔어요. 롤란드 경은 그를 만나러 다리 위로 달려갔어요. 그를 살펴보니 이 기사는 용감한 기사가 아니어서 부상당하자마자 겁에 질려 도망을 온 것이었어요. "나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소." 그가 말하기를 " 나는 더 이상 싸울 수 없으니 나 대신 당신이 가서 싸운다면 내가 대신 성문을 지키겠소." 그 순간 롤란드 경의 마음은 기쁨으로 고동쳤어요. 그러나 사령관의 명령을 기억하고는 "나도 나가서 싸우고 싶소. 그러나 기사는 사령관이 명령한 곳에 있어야 하오. 나의 자리는 여기 성문이고 나는 당신을 위해 성문을 열 수도 없소. 그러니 다시 싸움터로 돌아가시오." 이 말을 듣고 그 기사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오던 길을 돌아 다시 숲으로 들어갔어요. 롤란드 경은 다시 한 시간을 조용히 지켰어요. 그 때 나이든 노파가 길을 따라 성으로 다가 왔어요. 그리곤 성으로 잠깐 들어와 약간의 음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물었어요. 롤란드 경은 오늘은 성에 들어올 수 없으므로 대신 하인을 보내 음식을 보낼 테니 거기 앉아 음식을 먹고 원하시는 만큼 쉬었다 가라고 했어요. 노파는 음식을 기다리며 말하기를 "내가 오늘 그 전투가 있는 숲을 지나왔다오." "지금 싸움이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롤란드 경이 물었어요. "싸움이 기사들에게 어려운 것 같아. 이렇게 말하긴 안됐지만" "거인들이 거의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어. 자네가 가서 좀 돕지 그러나."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러나 저는 성문을 지키는 임무를 받았어요. 저는 여길 떠날 수는 없어요." 롤란드 경이 말했어요. "한 명의 기사라도 돕는다면 모두 지쳐있는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 여기는 적이 아무도 없는데 자네가 싸움터에 가면 보다 이롭지 않겠나?" 노파가 말했어요. "할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저도 동감입니다. 그러나 여기의 지휘관은 저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할머니가 말했어요. "자네는 싸움터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는 그런 기사중의 하나구먼. 집에 머물러 있는 좋은 핑계를 갖고 있으니 운이 좋네 그려…. " 하며 비아냥거리듯 웃었어요. 롤란드경은 무척 화가 났고 만약 노파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본때를 보여주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상대는 노파였으니, 그냥 입술을 꽉 깨물었지요. 마침 하인이 음식을 갖고 나와서 재빨리 음식을 놓고는 성문을 다시 닫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소리가 밖에서 났어요. 성문을 열어보니 다리 맞은편에 검은 옷을 입은 작은 노인이 하나 서 있었어요. "어쩐 일로 문을 두드리십니까? 오늘 성은 닫혔습니다." "당신이 롤란드 경인가?" 하고 그 노인이 말했어요. "예!" "그렇다면 자네가 여기 있으면 안되겠네. 자네 사령관과 동료들이 거인들과의 싸움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이 왕국에서 위대한 기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일세. 내 말을 듣게. 여기 내가 자네를 위해 마법의 검을 가져왔네. 이 말과 동시에 노인은 외투에서 검을 꺼냈어요. 그 검은 마치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햇볕아래서 눈부시게 빛이 났어요. "이 검은 검 중에 최고일세." 노인이 말했어요. " 이것은 자넬 위한 것이네. 자네가 성문에서 게으름 피우는 것을 멈추고, 전쟁터에 이것을 갖고 나가게. 누구도 자넬 막을 수 없을 걸세. 이 검을 쓰면 거인들은 뒷걸음질 칠 것이고, 자네의 사령관은 목숨을 건지게 될 거야. 자네는 승리의 기사가 되어 결국에는 성주가 되어 사령관의 자리에 앉게 될 것이네." 이 말을 듣고 롤란드 경은 지금 말하는 사람이 마법사이며, 그가 갖고 있는 것이 마법의 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검은 너무나 훌륭했고, 마치 손을 닿으면 만져질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 노인도 마치 다리를 건널 것처럼 다가왔어요. 바로 그 순간 이 다리와 성문이 자기에게 맡겨진 명령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롤란드 경은 바로 "안돼!"라고 소리쳤어요. 노인은 자리에서 멈추어 서서 번쩍이는 검을 공중에서 돌려 보이며 "이것은 자네 꺼야. 어서 받으라고. 그리고 승리를 거머쥐게" 롤란드 경은 계속 검을 보거나 이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더 이상 성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정말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문에 달려 있는 큰 종을 후려쳤어요. 이것이 성안에 있는 하인들에게 신호가 되어 하인들은 다리를 끌어올리는 밧줄을 당겼어요. 다리가 올라가니 밖에 있는 노인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고 롤란드 경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밖을 내다보니 롤란드 경은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어요. 외투를 벗어 던진 그 노인이 점점 더 커져서 결국에는 숲에 사는 커다란 거인만큼이나 커졌어요. 롤란드 경은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곧 깨달을 수 있었지요. 이 노인은 숲에 사는 거인 중에 하나가 마술로 변장을 한 것이었고, 자기를 속여서 아무도 없는 성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계략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만약에 자기가 검을 움켜 잡고 싸움터도 갔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어요. 노인으로 변장했던 거인은 주먹을 흔들며 화를 냈지만, 더 이상 자기가 할 수 있는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숲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롤란드 경은 다시는 성문을 열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어떠한 방문객도 받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쁨의 함성을 듣게 되었어요. 바로 성주의 나팔소리 였어요. 그리고는 모든 기사들의 나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그들 모두가 안전하다는 신호였지요.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롤란드는 승리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롤란드경은 다리를 내리게 한 후 본인이 직접 기사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아갔어요. 기사단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썼고, 피범벅이 되어 몹시 지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 그 무엇보다 기뻤어요. 기사단이 다리를 지나 성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롤란드 경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 문을 닫고 자신도 기사들이 모여 있는 성안으로 들어갔어요. 성주님은 다른 기사들과 더불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계셨고, 롤란드 경은 자신이 명령을 받아 굳게 지켰던 성문의 열쇠를 가지고 성주님 앞으로 나아갔어요. 성주님은 롤란드 경을 맞이하셨고, 롤란드 경은 자신의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시작하였을 때였어요. 기사단 중에 하나가 일어나서 "저 방패! 저 방패, 롤란드의 방패를 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돌아서서 롤란드 경이 왼손에 들고 다니는 방패를 보았어요. 롤란드 경은 방패의 윗부분만을 보았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본 것은 최고의 기사에게 주어지는 황금의 별이었어요. 그 별은 롤란드의 방패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성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지요. 롤란드 경은 성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명령을 기다렸어요. 그는 아직도 왜 그렇게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지를 알지 못했어요. 그저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하며 의아해 할 뿐이에요. 성주님은 위엄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 하셨어요. "기사여 이제 이야기 해 보라. 오늘 성문 앞에서 네가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어떤 공격을 받았느냐? 거인이라도 왔단 말이냐? 네가 혼자서 싸우기라도 했느냐?" "아닙니다. 성주님" 롤란드 경이 말했어요. "단지 한 명의 거인만이 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성에 들어 올 수 없음을 알고는 물러갔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하루 종일 있었던 모든 일을 조목조목 말씀 드렸어요. 그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기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곤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으로 롤란드의 방패를 바라보았어요. 잠시 후 성주님이 말했어요. "인간은 실수하기 마련이지만, 우리의 은 방패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롤란드 경은 오늘 누구보다 어려운 싸움을 치렀으며 그 힘든 싸움을 이겼노라." 그때서야 모든 기사단이 일어나 크게 환호하였어요. 롤란드 경은 가장 어린 기사로서 황금의 별을 방패에 새긴 기사가 되었어요.

만남 -영원과 맞닿은 사람들

The Encounter

하인리히 아놀드 탄넨베르그 마을은 아름다운 계곡에 자리하고 있었다. 월의 어느 저녁, 한 젊은이가 낮은 언덕에 올라서 평화로운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곳을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년 간 그 곳에서 지냈던 기억들과 그의 인생을 스치고 지나갔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다시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들 중 몇 명은 결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마치 과거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멀리 서 달려오는 기차 소리가 월터의 가슴 속 깊이 묻어둔 갈망을 일깨우며 계곡을 울리고 있었다. 그의 눈앞으로 구불구불한 철길 위로 기차가 철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교회의 아름다운 저녁 종소리와 맞물려 지나가고 있었다.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월터는 기차역 쪽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매형 마틴과 그의 주위에서 함께 하던 젊은이들에 대한 과거의 기억 속으로 그를 몰고 갔다. 매형 마틴 집에서 머물렀던 월터의 방학 기간은 그에게 있어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찬란한 순간이 되어 버렸다. 월터보다 열 살 위였던 마틴은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평화의 삶에 대해 깊이 동경하고 있었다. 그는 정의가 이루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듣고 있으면, 얼마나 간단하고 명쾌한지. 월터와 그의 젊은 친구들은 혼신을 다해 그들의 인생을 살아내려 힘썼다. 그들에게 있어 미래란 가슴 벅차게 뿌듯하고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정의와 평화가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져서 자라게 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러한 꿈이 이루어질 거라는 가슴 설레는 확신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잔인하게도 그들을 뿔뿔이 흩어 놓았고. 그들이 품고 있었던 미래에 대한 소망은 뒤틀어지게 되었다. 월터는 의사가 되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의 삶을 통해 그 분의 선 하심과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길 원하신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전쟁이 터졌다. 고통이 찾아왔고, 그들 무리 중 어린 친구들에게 닥친 재난으로 인해 그들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첫째로 소년이라 부르기에도 너무 어렸던 쾨켄스의 죽음을 봐야 했고, 연이어 아이들의 선생님, 웨스트가 쓰러졌다. 그 일이 있은 후, 휴전에 되기 몇 일전 마틴이 죽었다. 월터의 얼굴은 마틴과 함께 했던 마지막 모임을 생각하며 비통함으로 그늘졌다. 그 날 저녁, 마틴은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중 몇 구절을 읽어 주었다. 그는 책장을 넘겨 ‘조시마 장로의 동생’ 이야기를 읽었다. “가슴 깊이 사랑하는 어머니, 저의 기쁨이신 분이여, 제 말을 들어 보세요. 우리 중 죄 없는 사람은 없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 모든 사물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주어진 하루는 행복이 무엇인지 맛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내 사랑하는 이들이여, 왜 다들 다투고, 우쭐대고, 사소한 것에 원한을 품고 산단 말입니까? 바로 지금 서로 용서하지 않으렵니까?” 그 마지막 날 저녁, 마틴은 너무나 침울해져 있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죄를 지은 자들입니다. 그 중 저는 누구보다도 악한 죄인입니다.” 그렇다. 그것이 그가 읽은 구절이었다. 그렇게 그는 피를 흘리며 사는 현실에 대해 고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다음 날 바로 직면해야 했던 그 현실 말이다. “바로 지금 서로 용서하지 않으렵니까?” 월터는 그 말을 하고 있었던 마틴의 표정을 떠올리며 전율하였다. 그는 끊임없이 그 말을 되뇌며 그 날 저녁 자신 안에서 용솟음쳤던 소망의 불길이 어떠했었는지 자신에게 상기시켰다. 훗날, 그는 또다시 그 염원의 고조를 불러 일으키려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었으나 헛수고였다. 한 때, 그 구절을 통해 지펴졌던 마음의 갈망은 이제 그 힘을 잃었다. 그저 과거로 지나 가버린 퇴색해진 열정만을 느낄 뿐이었다. 생각에 잠긴 채, 월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를 맞는 양잿물의 쾌쾌한 냄새가 쓰디쓴 기억의 잔상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도착한 마을에는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는 많은 아이들의 병상 옆에서 무력하게 그들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때 월, 돌림병은 더욱 그 기세를 등등이 하며 날뛰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해 월을 ‘아이들에게 죽음이 덮친 달’이라 불렀다. 이 시기는 마틴의 죽음을 통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월터의 믿음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준 계기가 되었다. 그는 그의 삶의 기반이 전적으로 흔들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마음은 흥분하고 난폭해져서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비난을 퍼부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중 저는 누구보다도 악한 죄인입니다.” 이 말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그 의미를 잃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마틴이 했던 말을 마음을 되새기면서 증오를 품지 않기 위해서 애썼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녁 시 분, 예정된 기차가 도착했고, 매표구는 표를 팔기 위해 마지막으로 창구를 열었다. 그 곳 역무원의 팔에는 가족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애도의 검은 안장이 감겨 있었다. 한 때, 월터는 아파서 신음하는 그 역무원의 아이의 침대 곁에 서 있었다. 기차가 도착하였고, 월터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을 청하였지만 절망 가운데 괴롭기 만한 그의 마음은 도저히 안정을 취할 수 없었다. 그의 생각은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맴돌고 있었다. 돌림병이 그 마을 전체에 퍼지기 시작하였을 때, 월터는 그 곳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선하심, 그 분의 평화를 전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지길 원했다. 그는 그것이 그의 인생에서 맡은 임무라고 느꼈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고, 큰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그는 뜨겁게 달아 홍조를 띤 아이들의 얼굴과 그들의 눈에 비쳐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가혹한 고통 가운데 모질게 울부짖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우리 모두가 일어나는 모든 잘못에 책임이 있다 구? 어떻게 순진한 아이들이 죽어가야 하지? 이 아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었단 말이야. 이 모든 것을 용서하는 그 자체가 한심스런 일 이라 구.” 모든 고통에 대해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그의 증오는 한없이 커져 갔다. 마틴이 남기고 떠난 딸 마리조차도 치명적인 병으로 쓰러졌다. 월터의 기도는 간절해졌고 주님께 매달렸지만, 하나님은 그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 했다. 결국, 월터 자신까지도 열병으로 드러눕고 말았다. 그의 마음은 분노와 증오, 반항심으로 가득 찼다. 그는 높은 열로 인해 정신을 잃기도 하였고, 그의 의식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기도 했다. 이제 그는 그를 돌보던 동료 의사의 권유에 따라 하아르쯔 산지로 향해 가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면, 더 이상 자네의 마음에 괴로움을 더하는 일은 없을 거네.’ 그의 동료 의사는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시마 장로의 형이 뭐라고 말했던가? ‘내가 어떻게 이것을 말로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서로 깊이 이해하게 되면 모든 것이 아주 단순하고 쉽게 해결될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박식한 자가 아니어도, 이해가 깊은 사람이 아니어도 어떻게 이 모든 일들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월터는 움츠렸다. 차창 밖으로 낯선 마을에 밝혀진 불빛들이 보였다. 기차가 굉음을 내며 마을 역 안으로 들어섰을 때, 시계 바늘은 자정을 비껴 지나가고 있었다. 두 신사가 기차 안 월터의 자리 쪽으로 들어왔고, 월터는 이 두 승객의 합승이 못마땅하였다. 그는 그들과의 대화를 피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잠든 체하였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역전의 야경을 보기 위해 창 밖으로 눈을 향했을 때, 역의 밝은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빛은 그가 투병 중임을 말해 주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그의 친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 함께 와 주어서 고맙네, 에드워드. 내 스스로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면, 의사의 진단 소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을 거야. 세월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단 말이야. 어느 누가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겠나? 살아온 인생이 실패였음을 인정하는 일 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거야. 우리에게 남겨진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를 알게 되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또한 경이로운 일이네. 시간은 불가사의한 걸세. 시간이 그 노정을 걷게 되면 이미 가버린 시간이 되고 마는 걸. 아무도 되돌릴 수가 없지.” “그러나 프랭클린!” 연상의 노 신사가 말을 받았다. “자네에게 어두운 생각이 들어오도록 자리를 내어주진 말게. 자넨 살아 있다 구. 이렇게 생명이 있는 곳에, 이렇게 희망이 있는 곳에 말이야.” 프랭클린은 오랜 시간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고맙네만, 내 안엔 여전히 질문이 남아 있어. 좀 더 시간을 귀하게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가? 라는 것 말이야” “프랭클린, 나의 친구여, 말해보게나. 자네가 말하는 실패한 삶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내가 하는 싶은 말은…” 그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어. 사람은 만나는 모든 이들과 진정한 만남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 마음을 열어 진리를 직면케 하는 만남 말일세. 좀 더 말하자면,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관계를 만드는 거야. 그러한 만남은 무상한 시간 속에서도 결코 휩쓸려 갈 수 없지. 그러한 만남은 우리와 항상 함께 하네. 소멸할 수 없는 것이지. 즉, 그를 통해 만나는 영원은 늘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네.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값진 영원 말일세. 우리가 만나는 누구나 좀 더 진리로 가깝게 이끌어지는 기회, 그 자체가 된다네. 나는 너무도 많이 이 기회들을 놓쳤어. 왜 우리는 서로를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가는 걸까? 자신 속에 감춰진 값진 생각들을 꽁꽁 묶어둔 채 말이야. 이것은 아마도 우리 스스로를 직면케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거야. 우리는 너무나 자주 우리의 내적 가난과 스스로의 형편없는 모습을 깨닫게 되지. 그리고 서로에게 이것을 숨기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세상의 무엇이 우리나 우리 이웃 안에 있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게 했다고 둘러댈 수 있는 변명으로 자리할 수 있겠나? 누가 ‘우리가 우리 몸같이 사랑해야 할 이웃’이란 말인가? 이 질문은 이 천 년이 넘게 끊임없이 되물어진 것이네. 답은 우리 모두가 알 듯 분명하네. 우선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겨, 헐벗고 상하여 길가에 버려진 채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네. 이러한 이웃의 고통을 발견하고 못 본 척 지나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강퍅하고 악하게 만드는 거야.” 월터는 호기심에 가득 찬 채 대화를 듣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그는 불쑥 대화에 끼어 들었다. “당신의 말씀에 깊이 동감합니다만, 한 가지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삶,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닌가요? 현실의 삶은 우리 안에 있는 선함과 소망, 사랑을 무참히 짓밟지 않나요?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악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눈을 열어 우리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똑똑히 봐야 합니다. 이것이 저의 경험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동료가 고통 당하는 것을 보거나, 그들의 공포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냉랭해지고 악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의도가 바르게 전달되기 바랍니다. 저는 믿음에 대해 저버리라고 조롱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희망으로 가득 찼던 날들을 있었지요. 그 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이 많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 때가 오직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는 월터의 말에 당황해 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월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병약한 친구의 마음의 안정이 염려되었다. “여보게, 젊은이, 우린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사이가 아니오?” 그러자 아픈 그의 친구가 말을 가로막았다. “에드워드, 그가 얘기하도록 내버려 두게나. 그도 속에 있는 응어리는 풀어야 되지 않겠나?” 그리고는 월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다. “젊은이의 궁금증에 대해 이렇게 되물어도 되겠는가? 자넨 한번이라도 왜 이렇게 끔찍한 일들이 세상에 벌어질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인간 자신이 이 당하는 모든 일들의 원인 제공자라는 것에 대해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아뇨. 아닙니다. 결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월터는 말을 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이렇게 딱하고 험한 세상에 순진 무구하게 태어났다 구요. 아무 죄도 없이, 아무 것도 모른 채 말입니다. 만약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끔찍한 일들이 어린 시절을 덮치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은 희망을 가득 품고 청년기를 맞을 겁니다. 현실이라는 잔혹한 놈이 우리를 쥐고 흔들며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젊은 양반이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군요.” 프랭클린은 대답했다. “자네의 심정은 잘 알겠네. 하지만 나는 젊은이에게 솔직하게 말하겠네.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네의 자세는 굉장히 반항적이네. 악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자네는 많은 것을 단념하고 있고 스스로 맞서 싸워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그러자 에드워드가 말을 이었다. “나 또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네. 그러나 젊은이, 단 한 가지 우리가 확실히 붙들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이 벌어지는 상황 중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고 요동치 않는 사랑이 만물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네.” 내 어릴 적 얘기를 한 번 들어보겠나? “내가 어렸을 때, 한 친구가 있었어. 이름이 폴 이었지. 그 아이는 부모를 다 잃었다네. 그의 부유한 친척이 그를 입양했네. 그들에게 마침 친자식이 없었거든. 이 아이는 모든 것을 다 갖게 되었지. 모든 학생들이 꿈꾸던 삶이 이 아이에게 시작된 거야. 무엇보다도 이 아이에게 언제나 돈이 떨어지지 않았거든. 사실 그가 처음부터 못된 아이는 아니었어. 좀 경솔했던 거지. 그의 방자하고 불손한 태도는 선생님들의 미움을 샀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았어. 우리 모두는 그의 이기적인 모습과 거만함에 감정이 상했어. 반면, 우리는 그 아이가 가진 물질을 부러워하여 그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어. 혹시나 얻는 것이 있을까 해서였지. 후에 나는 그를 대학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네. 그는 법학을 공부하고 있었지. 그때 그는 말하기를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신을 천박한 이기심으로 정신없이 몰고 가게 한 이유라고 했어. 그 말을 하고 있는 그는 시종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어. 그러나 여전히 거만하고 비아냥대는 미소가 그의 입가에 맴돌고 있었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그의 불손한 태도는 나로 하여금 가능한 한 무례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를 멀리하게 만들었어. 한 번은 그와 길에서 맞부딪치게 되었네. 그는 공포에 휩싸인 채 간절히 도움을 청하듯 나를 쳐다보았어. 나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상상할 수 없었지. 그 때 그 모습은 내 인생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순간이 되어 버렸어.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네. 우리가 서로 고향에서 다시 만났을 때, 나는 거의 그를 알아보지 못하겠더군. 말할 수 없는 선함과 인자함이 그로부터 풍겨 나왔거든. 고향 친구들로부터 그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네. 그의 집 문을 두드린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다 하더군. 마을의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폴에게서 도움을 받고 필요를 공급 받는다고 했어. 마을의 어른이 말씀하시길 마을 전체가 그의 큰 변화로 인해 술렁이고 있다 하더군. 그의 변화에 대해 많은 추측이 오고 가고 있었네. 한편으로는 상당히 나쁜 소문도 들렸는데 그가 끔찍한 일로 파산 당했다고도 했어. 그러나 아무도 정확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네. 한번은 폴의 새어머니가 어떤 일이 그를 전혀 딴사람이 되게 했는지 물었다 하네. 그의 놀랄만한 대답은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호기심으로 가득 차게 했지. ‘어머니의 심장’에 대한 전설을 아는가?’ 폴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네. 오랜 옛날 인적이 드문 산골에 한 어머니가 외아들과 살았다네. 그 어머니는 아들이 인정 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워 큰 산마을로 이사를 했네. 그리고 그 곳에서도 가장 한적하고 안전한 곳에 거처를 정했지. 아이는 자라면서 바깥세상이 궁금해졌네. 그는 권력과 재물을 동경했어. 그리고 어머니께 물었네. “세상은 어떤 곳이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어머니는 슬픈 기색을 띠며 대답하셨네. “얘야, 그런 질문을 하기에 너는 아직 너무 어리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개울가에서 놀고 있을 때, 이 아이의 마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어 권력을 쥐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네.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게 큰 소리로 이 욕망을 말하기 시작했지. 그런데 갑자기 한 낯선 사내가 이 아이의 눈앞에 서 있었던 거야. 어쩐 일인지 이 아이는 이 낯선 남자가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생겨진 사람처럼 느껴졌다네. 이 낯선 이는 아이에게 돈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네. “어떻게 하면 그러한 돈을 얻을 수 있는 거지?” 그 아이는 물었다네. 그 수상한 남자는 이 아이에게 권력과 재물을 쥐게 해 주기로 약속했어. 대신에 어머니의 심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지. 그 아이는 기겁을 해서 그 자리를 빠져 나왔네. 그러나 그 낯선 남자가 했던 말들은 아침, 저녁으로 그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 며칠이 지나지 않아 땅거미가 질 무렵, 이 낯선 사내가 아이 앞에 다시 나타났어. “네가 내일까지 네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온다면 너는 네가 원하는 만큼의 부와 권력을 지니게 될 거야. 명심해라. 이것이 너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다. 만일 네가 내 말을 져버린다면 너는 비천한 농부로 이 산 속 마을에서 일생을 마치게 될 거다.” 이 소년은 더 이상 이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네. 소년은 어머니를 죽이고 가슴을 열어 어머니의 심장을 꺼낸 뒤 숲 속을 헤치며 그 낯선 사내를 향해 황급히 달려갔지. 너무 급히 서두르는 바람에 미쳐 뛰어 넘어야 하는 도랑을 보지 못하고 결국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 발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의 피범벅이가 된 양손으로 꼭 쥐고 있었던 어머니의 심장이 말을 건넸다네. “얘야, 사랑하는 내 귀한 아들아, 어디 다친 곳은 없니?” 폴은 이 이야기를 해드리면서, ‘바로 제 모습이랍니다.’ 양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말했지.”’ 세 명의 나그네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잠시 뒤 에드워드가 말을 꺼냈다. “내가 폴에게 무엇이 그를 전혀 딴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는가 물었을 때, 그가 답한 얘기를 자네에게 들려주고 싶네.” 그 때, 우리는 함께 친구 집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 그 날 저녁, 그는 아주 다정하게 그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었어. 그 때문에 내가 그의 변화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었던 용기가 생긴 거야. 그는 내게 물었네. “에드워드, 자넨 한 번이라도 이 구절에 맞서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가? 이 말의 힘에 대해 개인적으로 진실히 이해해 본 적이 있었는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했다.’는 것 말일세. 에드워드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러고 나서 월터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결국 사람들 모두가 이것을 체험해야만 하네. 단순히 믿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아니라 말일세. 이것은 다른 사람에 의해 가르쳐질 수 없는 거라네. 이 사랑은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있네. 늘 존재하고 있지. 다만 우리가 이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야. 이 사랑은 세상의 고통과 불행이 빼앗아 갈수 없는 거야. 바로 소년 폴이 악에게 굴복하기 전부터 그를 붙들고 있었던 그 사랑 말이지.” 병상의 나그네가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말은 기침에 의해 자주 중단되었다. “우리는 모두 폴과 같다네. 미움과 증오 없이 사랑하고 신뢰하기 힘들었던 거야.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자기애와 혼동되곤 하지. 그렇기에 그 속엔 삶에 대한 반항과 쓴 뿌리가 있기 마련인 거야. 우리의 사랑은 우리의 행복을 파괴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섞여 있다네.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네. 우리가 그 분의 사랑에 대해 ‘모든 것보다 크시다’라는 깨달음에 얻기 전까지는 말이지. 하지만 이리 장황하게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말로만 하는 것은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네. 말이라는 것은 단지 사실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뿐이거든. 그 속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그저 알맹이 없는 빈 껍질일 뿐이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힘이 없는 거야. 우리가 태초부터 있었던 그 사랑에 대해 깊이 이해할 때만 우리는 진실로 사랑할 수 있게 돼.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랑이 우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계신다는 것을 아는 거라네. 왜냐하면 한 사람이 겪고 있는 깊은 고통이라는 것은 철저히 오해 당하고 버려졌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지.” 흥분한 그 병상의 나그네는 일어서서 월터를 향해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난 자네의 이름조차 모르지만, 나의 친구라 부르겠네. 친구여, 자네는 깊은 슬픔을 맛보았네. 그 비애가 자네를 적의에 차게 만들었어. 난 친구를 완전히 이해하는 척 하지는 않겠네. 그러나 나의 친구여, 자네를 완전히 이해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게. 그 사실이 자네를 사로잡도록 하게나. 사실 시간은 너무 짧고 촉박하다네. 그 분 또한 사람들로부터 버림 당하시고 고난 받으셨지. 아무런 죄도 없으신 분이 말이야. 그 분은 죄가 없는 유일한 분이시네. 그런 그 분이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받아 안으신다네.” 이 말을 한 뒤, 지쳐서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월터는 말했다. “저는 그 분께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것은 제게 있어선 밟고 설 땅을 뺏긴 것과 같습니다. 어르신께서 해 주신 말씀에 감사 드립니다. 한때 저는 제게 특별한 부르심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도우며 그들의 필요를 공급해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병상의 나그네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오랜 침묵을 깨며 그는 말했다. “자네에게 감사하네. 자네가 해준 말들이 진정 나의 필요를 채워 주었어. 나는 절망 가운데 빠져들고 있었거든. 나를 진료하던 의사가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선고했네. 내 생을 뒤돌아보면, 낭비된 시간들이 많아. 자넨,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실패 감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아나?” 그리고는 웃음 지며 말했다. “자네에게나 내게는 한 가지 대답이 있네. 이것은 우리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완전히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서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불타 오르는 행복을 가슴 속에 담고만 있을 수 없다네. 우리가 그 분의 사랑을 경험한 후에는 우리 자신을 이 사랑에 송두리째 드릴 수밖에 없는 거지. 우리는 그분의 희생을 대가 없이 받기에는 너무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분이 우리에게 그 자격을 부여하셨지만 말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다 드려야 하는 거야. 특별한 부르심이 있다는 그 확신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거야. 그 분이 우리의 모든 것이 되셔야 하지. 내게 있어서는 일하고 움직이는 생활에 대한 바람도 포기해야 한다네. 그는 우리가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삶까지 포함해서 우리의 전부를 받아 주실 거야.” 기차는 더욱 속력을 내어 달렸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세 명의 나그네는 새 날을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너희와 함께 이 떡을 떼기를 얼마나 고대하였던가?’ 이 말은 그 분이 고난 당하기 전 날 밤에 하신 말씀이네.” 프랭클린은 이 말을 한 뒤 창 문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해가 서서히 그 빛을 뿜으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분이 얼마나 간절하게 이 말을 하셨을까? 그리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을까? 그분은 오늘도 마음이 온전히 그를 향해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계신다네. 그의 사랑을 입은 자들, 바로 그 분이 모으길 원하시는 사람들 말일세. 그들은 해가 지도록 분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네. 그들은 계속 서로 용서하고 용서 받는 생활을 할 것이네. 그 분은 그들을 인자하게 사랑으로 맞아주시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네. 세상의 고통 아래 신음하는 자들에게 그 분은 말씀하실 것이네. ‘참 많이 참았구나. 비록 네가 고통 당할 때, 내가 곁에 있음을 깨닫지 못했을지라도, 당시 그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지라도 믿음으로 견디어, 이젠 모든 것이 지나갔구나.’ 욥이 당한 고통을 보더라도 너무 비참해서 결코 이해할 수 없어 보였지만 그는 여전히 그 분을 선하시고 공평하신 분으로 고백했네.” “그의 백성은 바로 고난을 통과한 백성일 것이네. 왜냐하면 그들은 기꺼이 고통과 아픔을 참고 견디기로 작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그들의 주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우셨던 것처럼 그들도 세상의 불의로 인해 빚어진 고통을 스스로 지고 감당할 것이네. 세상은 그들을 핍박하고, 소망을 잃게 하고, 그들을 없애 버리려 하겠지만, 그들은 완전히 주께 순종하여 자신을 바치고 바칠 것이네. 그들은 그 분의 슬픔을 나눌 준비가 된 자들이라네. 마지막까지 그 고통을 참고 견디며 결국 이길 것이네.” “그들의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셨기 때문이지. 그들은 승리한 백성이 될 것이네.” 병상 중의 나그네는 머리를 들어 흘끗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새 날이 밝아오는군.” 그는 말했다. “오늘도 그분이 우릴 기다리시네. 우리와 함께 애찬의 떡을 떼시길 간절히 원하시면서 말이야. 그 분께서 우리가 준비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시길 바랄 뿐이라네”

양파

An Onion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이봐, 알료샤,” 그루센카가 깔깔대고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내가 라키틴에게 내가 양파를 주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그건 그에게 자랑한 거였어. 하지만 너에겐 아니야. 너에게 말해주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야. 그것은 그냥 지어낸 것 같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란다.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야.” “옛날 오랜 옛날에 한 여자가 있었어. 그녀는 사악하기 그지 없는 정말 못된 여자였지. 그런데 그 여자가 죽었단다. 그녀는 평생동안 선한 일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악마들이 그녀를 데려가서 불타는 연못에 던져버렸어. 그녀의 수호 천사는 하느님께 말씀드릴 만한 그녀의 선행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어. 그리고 하느님께 말씀 드렸지. 언젠가 그녀가 양파를 하나 뽑아서 거지 여인에게 그것을 준 적이 있다고 말이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어. “지금 가서 똑같은 양파를 가져 다가 불타는 연못에 있는 그 여인에게 그것을 붙잡고 나올 수 있게 해라. 그녀에게 그것을 던져 주고 끌어 당겨라. 만일 그녀가 연못에서 나오도록 건져내면, 그녀는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파가 끊어진다면, 그녀는 불타는 연못 속에 남게 될 것이다.” 천사는 그 여인에게 가서 양파를 던져 주면서 말했어. “이것을 붙잡으세요. 그러면 내가 잡아 당길게요.” 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당기기 시작했어. 거의 완전히 그녀가 빠져 나오려는 순간, 불타는 연못에 있던 다른 죄인들이 그녀가 구출 받는 것을 보았지. 모두들 달려가서 그녀를 붙잡기 시작했어. 많은 죄인들이 그녀를 잡고 나오려고 했고, 양파를 점점 풀려서 끊어질 듯 말듯 했지. 그녀는 너무 이기적이고 사악한 여자였단다. 그 여자는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발로 차버렸어. “끌어 올려져야 할 사람은 너희들이 아니라 바로 나란 말이야. 그것은 너희들의 양파가 아니라 구. 이건 나를 구원해 줄 내 양파라 구!” 그녀가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양파는 끊어져 버렸고, 그 여자는 다시 불타는 연못 속으로 떨어졌지. 그 천사는 슬피 울면서 떠났단다.

조시마 장로의 형제

Father Zossima’s Brother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이 이야기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발췌한 삽화입니다. 전체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체적으로 완성된 이야기 입니다. 조시마 장로는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습니다. 장로들 중에서도 최고로 존경 받는 수도자였고, 속세의 삶을 떠나서 살았습니다. 동시에 그는 영적인 아버지 였고, 알료샤 표도로비치 까라마조프의 영원한 스승이었습니다. 조시마 장로는 죽기 바로 전에 그의 친구들과 수도자들에게 그가 어떻게 하나님을 발견했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알료샤에 의해 전해지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나는 북쪽 지방의 V 라고 불리는 외진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특별한 지위나 중요한 직책을 맡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나의 어머니에게 나무로 지어진 작은 집 한 채와, 어머니와 아이들이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남기셨습니다. 나에게는 형 마르켈이 있었습니다. 형은 나보다 여덟 살이 더 많았습니다. 그는 성마른데다 과민한 성격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고 절대 빈정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눈에 띄게 조용했는데, 특히 집에 나와 어머니와 하인들과 있을 때는 더 조용했습니다. 형은 학교에서 모범생이었지만,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싸우는 일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어머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셨답니다. 형이 죽기 개월 전 그가 열 일곱 살 때였습니다. 마르켈 형이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자유주의 사상때문에 정치적으로 유배당해서 모스크바에서 추방당해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탁월한 실력을 가진 훌륭한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마르켈을 마음에 들어 했고, 마르켈을 여러 번 초대했습니다. 그는 그 해 겨울 내내 매일 저녁을 마르켈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 후 그는 페떼스부르크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그는 힘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사순절이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마르켈은 금식도 하지 않았고, 무례하게 그것을 비웃었습니다. “그건 모두 바보 같이 쓸데 없는 일들이야. 하느님은 없어.” 그는 이렇게 말할 때, 어머니와 하인들과 나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나는 그때 아홉 살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서 아연실색 했습니다. 우리는 네 명의 하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농노들이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네 명중에 한 하인을 루블에 팔았습니다. 절름발이에다가 나이가 많은 요리사 였던 아표마 대신에 어머니는 해방 농노를 고용했습니다. 사순절의 여섯 번째 주가 되었습니다. 나의 형은 항상 병약하고 폐결핵 증세까지 있었는데, 심하게 아파서 눕게 되었습니다. 형은 키가 크고 마른 데다가 아주 잘생긴 편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감기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의사가 찾아 왔고, 나의 어머니에게 조용히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의사는 형의 폐결핵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봄까지 살기가 힘들다 고 말했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형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습니다. 어머니는 형에게 교회에 가서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고 성찬에 참여하자고 간청했습니다. 이 말이 형을 크게 자극하고 말았습니다. 형은 교회에 대해서 아주 불경스러운 말을 내뱉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형은 자신의 병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어머니가 그에게 교회에 가서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으라는 것임을 알아 챘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그는 자신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년 전에 그는 냉정하게 어머니와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어머니와 알료샤와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마 내년까지 살기 힘들지도 몰라요.” 이것은 마치 예언처럼 들렸습니다. “ 일이 지나고, 고난 주간이었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형은 교회에 갈 채비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에 가는 거에요. 어머니를 기쁘고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가는 것일 뿐이에요.” 어머니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된 눈물을 흘리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마르켈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틀림없구나. 저렇게 달라지다니.” 하지만 형은 멀리 교회까지 갈 수가 없었습니다. 형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고, 집에서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부활절이 거의 다가왔습니다. 하늘은 유난히 밝고 맑았고, 이렇게 향기로운 날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나는 형이 밤새 기침을 해대면서 잠을 못 이루던 것이 기억 납니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형은 말끔하게 옷을 입고 팔걸이 의자에 앉아 있으려고 했습니다. 이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형이 의자에 앉아서 너무나 귀엽고 상냥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중에도 그의 얼굴은 밝고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엄청난 변화가 형에게 일어났습니다. 그의 영혼은 완전히 달라진 듯 했습니다.유모가 와서 말했습니다. “ 얘야, 너의 고결한 모습 앞에 내가 등불을 밝히게 해 다오.” 예전에 형은 유모가 촛불을 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언제나 불어서 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형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불을 밝혀주세요, 불을 밝혀 주세요. 오, 나는 그것을 방해해 왔던 불쌍한 존재였어요. 당신이 등불을 밝히면 당신은 기도하고 계세요. 나는 기쁘게 당신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어요. 이렇게 우리 모두가 같은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어요. 이러한 말들이 우리에게 너무 낯설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우셨습니다. 어머니는 형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고 활기차게 대하려고 애쓰셨습니다. 형은 어머니를 위로했습니다. “어머니,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울지 마세요. 저는 아직 살아 있잖아요.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기뻐하잖아요. 삶이 이렇게 아름답고 기쁘잖아요.” “아, 사랑하는 아들아, 밤새 고열로 신음하면서 온 몸이 산산 조각나듯이 기침을 했는데, 이런 고통 속에서 어떻게 네가 기쁨을 말할 수 있니? “울지 마세요, 어머니.” 형이 대답했습니다. 이 삶이 천국이에요. 우리는 모두 천국에 살고 있어요. 비록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없을 지라도 말이에요. 만일 우리가 천국을 보게 된다면, 바로 그날에 우리는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리게 되는 거에요. “ 많은 사람들이 형이 한 말을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형은 아주 이상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감동을 받아서 울었습니다. 친구들이 찾아왔습니다. “나의 친구들아” 하며 형이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나를 그렇게 사랑해 주었는데 나는 무슨 짓을 한 거니, 어떻게 너희들은 나 같은 녀석을 사랑해 줄 수 있니, 어떻게 나는 그것을 모를 수 있었는지, 나는 전에는 감사하지 않았었어.” 하인들이 그에게 다가가자, 형은 계속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너무 좋으신 분들이에요. 왜 나를 위해서 이렇게 많이 도와주시는 건가요? 내가 섬김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나요? 만일 내가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나는 여러분들을 섬길 거에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서로 섬겨야 하기 때문이에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가로 저으셨습니다. “ 얘야, 네가 아파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구나.” “사랑하는 어머니, 분명히 세상에는 하인들이 있고, 주인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면, 저는 나의 하인들을 위해 일하는 종이 될 거에요. 그들이 나를 섬긴 것처럼 똑같이 말이에요. 어머니, 또 한가지는요, 우리 모두가 모든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어요.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죄를 지었어요.” 어머니는 그 말에는 긍정적으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어머니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왜, 어떻게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들 보다도 더 많은 죄를 지었다는 거니? 강도들과 살인자들이 그렇다면 몰라도 말이야. 도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네가 다른 모든 사람들 보다도 더욱 너 자신을 죄인이라고 하는 거니?” “어머니, 나의 옹졸한 마음이요. “ 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당시 형은 아주 애정어린 말들을 사용했습니다.) “나의 옹졸한 마음, 나의 기쁨, 나를 믿어주세요. 정말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것들을 위해서, 우리 모두는 모든 사람들에게 대해 책임이 있어요. 제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어떻게 이제까지 우리는 분노를 내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계속 살았을까요?” “너는 아직 더 살 수 있단다. 몇 달이 될지도, 혹은 몇 년을 더 살게 될지도 몰라.” 의사가 형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몇 달, 몇 년이라니 요!” 형이 외쳤습니다. “왜 그렇게 날들을 세는 건가요? 사람이 모든 행복을 깨닫는 데는 하루면 충분해요. 사랑하는 여러분, 왜 싸우는 건가요, 왜 다른 사람보다 더 드러나려고 애쓰는 거죠? 왜 원한을 품은 채 서로 맞서는 건가요? 우리 모두 곧바로 정원으로 나가서 산책하고 놀이를 하도록 해요.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고, 입맞추면서 하느님이 주신 삶을 찬미해요” 어머니가 형을 의사에게 데려갔을 때, 의사가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마르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병이 심각해져서 그의 정신까지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르켈 형의 방은 창문 밖으로 정원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원은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었고, 나무들은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봄을 알리러 온 새들이 가지마다 날아다니면서 창문에서 짹짹거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새들을 바라 보면서 경탄하던 형은 갑자기 새들에게도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천국의 새들아, 행복한 새들아, 나를 용서해 주렴. 내가 너희들에게도 죄를 지었구나.” 우리 모두는 그 당시 그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형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그래요, 하느님의 놀라운 영광은 항상 존재했어요. 나에게도, 새들과 나무들과, 초원들마다, 그리고 하늘에도 가득했어요. 단지 나는 수치감 속에 살면서 그 모든 것들을 경멸했었어요. 그분의 아름다움과 영광을 보지 못했던 거에요” “너는 자신에게 너무 많은 죄를 지우는 구나.” 어머니는 울면서 말씀하셨어요. “사랑하는 어머니, 그건 기쁨 때문이에요. 저는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에요. 비록 네가 어머니에게 그것을 설명할 수 없지만, 저는 모든 것들 앞에 제 자신이 낮아지기 원해요. 만일 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면, 모두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러면 그것이 천국이에요. 제가 지금 천국에 있지 않나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무도 없을 때 형의 방에 들어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밝은 저녁 무렵이었는데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습니다. 형의 방 전체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습니다. 형은 손짓으로 나를 불렀고, 나는 형에게 다가갔습니다. 형은 내 어깨에 손을 얹고서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한동안 말 없이 나를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이제 나가서 놀아라.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줘.” 나는 밖으로 나가서 뛰어 놀았습니다. 이후 형이 나에게 해준 말들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형을 위해서 행복하게 살아 달라고 했던 말을 기억할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났습니다. 형이 했던 말들은 너무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고백들이었습니다. 비록 그 당시에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부활절이 끝나고 주 후에 형은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형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의식은 분명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형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형은 밝게 빛나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미소 지으며 손짓했습니다. 형의 죽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마을에 퍼졌습니다. 나는 그 당시 이 모든 일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형의 장례식에서 엄청나게 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정에 휩쓸리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그 당시 어린 소년이었지만 내 마음에는 영속적인 깊은 감동이 남았고, 그것은 소중하게 숨겨진 느낌과 같았습니다. 때가 되자, 그 모든 감동과 내가 받은 소중한 느낌들이 되 살아나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내 삶 속에서 일어났습니다.

신성한 불꽃

The Sacred Flame

셀마 라겔로프 Selma Lagerlof 아주 오랜 옛날 공화정치가 막 시작되고 있던 플로렌스라는 도시에 라니에로 디 라니에로 라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철 갑옷 제조자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가업을 배우고 있었지만 그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라니에로는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힘이 세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육중한 철 갑옷을 실크 셔츠 입듯이 가볍게 입을 정도로 건장하고 힘센 청년이었다. 라니에로는 아직 어렸지만, 이미 그가 힘이 세다는 것은 널리 소문이 나 있었다. 한번은 그가 곡식을 잔뜩 저장해 둔 다락에 있었는데, 너무 많은 곡식을 쌓아둔 바람에 다락의 들보가 무너져 내렸다. 온 지붕이 거의 내려 앉기 직전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들보를 가져 다 세울 때까지 양 팔로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라니에로는 플로렌스에서 가장 용감한 남자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언제나 싸움을 그치지 않았다. 길가에서 무슨 소리만 나면 그는 달려나가서 그가 끼어 들 만한 싸움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정도 였다. 그 당시 플로렌스는 평화로운 작은 도시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방적공들이거나 직조 공들이었다. 그저 평화롭게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힘센 장정들이 많이 있었지만 웬만해서는 싸움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들은 플로렌스가 다른 도시들보다도 더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그가 태어난 나라에는 왕이 없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왕을 가까이에 모시는 용맹스러운 사나이가 되어서 큰 공을 세우고 훌륭한 명예와 명성을 얻을 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라니에로는 큰 소리로 떠들고 뽐내기를 좋아했다. 동물들을 잔인하게 다루었고, 그의 아내에게도 난폭하게 굴 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다. 얼굴에 흉측하게 남은 깊은 흉터들만 아니었다면 아주 잘 생긴 용모였을 것이다. 그는 폭력적이긴 했으나, 재빨리 속단해버리고 급하게 일을 해치우는 편이었다. 라니에로는 프란체스카와 결혼했다. 그녀는 쟈코포 데글리 우베르티라는 지혜롭고 영향력 있는 사람의 딸이었다. 쟈코포는 라니에로 같은 천하의 무뢰한에게 자신의 딸을 주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가 라니에로 외에는 다른 누구와도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마침내 쟈코포가 결혼을 허락할 때, 그는 라니에로에게 말했다. “나는 자네 같은 사람들이 여자들의 사랑을 쉽게 얻지만 계속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네. 그러니 자네에게서 확실한 약속을 받아 두어야 겠네. 만일 내 딸이 자네와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나에게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내 딸을 아무 일 없이 보내 주게.” 프란체스카는 그런 약속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라니에로를 너무 많이 사랑했고, 어떤 것도 둘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선뜻 약속을 했다. “쟈코포 장인께서 확신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저와 살기 싫어하는 여자라면 그 누구라도 붙잡거나 매달리지 않을 것입니다.” 프란체스카는 라니에로와 결혼해서 함께 살았다. 한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행복했다. 그들이 결혼하고 몇 주가 지났을 때, 라니에로는 사격술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몇 일 뒤에 그는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을 겨냥해서 쏘았다.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었고, 어떠한 과녁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좀 더 어려운 목표를 시도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뭔가 마땅한 것을 찾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안뜰 문에 걸려 있는 새장에서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프란체스카가 기르는 새였는데, 그녀가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새라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새장을 열어 새를 날려 보내더니 조준해서 쏘아버렸다. 그는 아주 최고의 명중이었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이 일을 떠벌리고 다녔다. 프란체스카는 라니에로가 그녀의 사랑하는 새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그를 쳐다보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녀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분명히 그녀를 슬프게 할 만한 일을 라니에로는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즉시 그를 용서했고, 이전처럼 그를 사랑했다. 모든 것이 한동안 괜찮은 듯 했다. 라니에로의 장인 쟈코포는 린넨 직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큰 작업장을 소유한 사업가였다. 라니에로는 쟈코포의 작업장에 삼마가 린넨과 섞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비밀을 지키지 않았고, 도시 여기저기에 소문을 내고 다녔다. 마침내 이러한 떠도는 소문을 듣게 된 쟈코포는 그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는 다른 린넨 직조 공들을 시켜서 그가 만든 실들과 옷감들을 확인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모든 것들이 아주 세밀하고 고급스러운 린넨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오직 한 꾸러미가 혼방이었는데, 그것은 플로렌스 밖에서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쟈코포는 이런 속임수가 그가 모르게 이루어졌다는 것과 그의 기능공들 중에 한 사람이 허락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즉시 이 모든 일을 사람들에게 확신 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언제나 정직함으로 평판이 높은 사람이었기에, 이미 그의 명예가 손상되었다는 것을 아주 예민하게 알아차렸다. 한편, 라니에로는 그런 사기행각을 밝혀내는 데 자신이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프란체스카가 듣고 있다는 것도 안중에 없이 그 일을 자랑하고 다녔다. 프란체스카는 라니에로가 그녀의 새를 쏘아서 죽였을 때만큼 상처를 받아 깊은 슬픔에 잠겼다. 갑자기 그녀 앞에 놓여진 그녀의 사랑을 보는 듯 했다. 그것은 마치 눈부신 황금 빛 옷감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아주 크고 반짝거리며 아름답게 빛났다. 하지만 한 쪽 귀퉁이에 한 조각이 찢겨져 나가서 예전처럼 크고 아름답지 않았다. 여전히 프란체스카는 그 사랑이 아주 조금 손상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사는 동안은 계속 유지 될 거야. 이것은 절대로 끝나지 않을 만큼 완벽한 거라 구.” 또다시 프란체스카와 라니에로는 예전만큼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프란체스카에게 타떼오라는 오빠가 있었다. 그는 사업상 베니스에 가서 실크나 벨벳 같은 품목들을 구매하는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새로운 것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는데, 그가 가져온 것들은 이제 플로렌스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타떼오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느날 밤, 타떼오와 라니에로는 술집에 갔다. 타떼오는 검은 담비로 만든 외투를 입고 보라색 망토를 걸쳤다. 라니에로는 타떼오에게 술을 계속 권했고, 결국 술에 취해 곯아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라니에로는 타떼오의 외투를 벗겨서 양배추 밭에 있는 허수아비에게 입혀 놓았다. 프란체스카는 이 일을 전해 듣고는 라니에로에 대해서 다시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 순간 그녀는 다시 그녀의 사랑을 상징하는 커다란 황금 빛 옷감을 보았다. 프란체스카는 마치 라니에로가 그 옷감을 조각조각 잘라내어서 망가뜨리는 것 같았다. 이 일이 있은 후, 한 동안은 모든 것이 회복되는 듯 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더 이상 예전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라니에로가 그녀의 사랑에 상처를 입힐 일들을 하지는 않을까 계속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라니에로는 절대로 차분해질 수 없는 듯 했다. 그는 사람들이 항상 그에 대해서 말하고 그의 용기와 대담함을 칭찬해주기를 바랬다. 그 당시 플로렌스에 있는 성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작았다. 성당에는 성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성채의 꼭대기에 크고 아주 무거운 방패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프란체스카의 선조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플로렌스에서 이제까지 한 사람만이 들어올릴 수 있었던 가장 무거운 방패였다. 그래서 우베르티 가문은 자신들의 가문에서 누군가가 성채에 올라가서 그것을 걸었다는 사실에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어느날 라니에로가 성채에 올라가서 방패를 등에 짊어지고 내려왔다. 프란체스카는 처음에 이 얘기를 듣고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행동들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얘기했고, 이런 일로 그녀의 가족들을 모욕하고 창피를 주지 말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라니에로는 그가 한 일에 대해 칭찬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듣고서 너무 화가 났다. 그는 프란체스카가 그의 성공을 기뻐하지 않고, 오직 그녀의 가족들만 생각하는 것을 오랫동안 참아왔다며 반박했다. 프란체스카가 말했다. “이건 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에요. 그건 나의 사랑이었어요. 만일 당신이 계속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나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 일이 있은 후, 그들은 자주 말다툼을 했는데, 라니에로는 프란체스카가 가장 싫어하는 일들만 골라서 저질렀다. 라니에로의 작업장에 한 직조공이 있었다. 그는 난장이 에다가 절뚝발이였다. 이 사람은 프란체스카를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심지어 결혼한 후에도 계속 그녀를 몰래 사랑하고 있었다. 라니에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모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 라니에로는 그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졌고, 마침내 그 남자는 더 이상 프란체스카가 듣는 앞에서 그 모든 조롱과 모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라니에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결투를 신청했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비웃으면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 그 불쌍한 남자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뛰쳐나가 스스로 목을 매고 죽었다. 프란체스카와 라니에로가 결혼한지 년이 되는 때였다. 프란체스카는 계속 그녀의 사랑을 지켜보았다. 반짝거리며 빛나던 큰 옷감이 이리 저리 찢겨지고 있었다. 이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이제 엄청난 위기가 닥쳐온 듯 했다. “이렇게 계속 라니에로와 함께 산다면, 그는 나의 사랑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고 말 거야. 행복했던 만큼 아주 불행해 질 거야.” 그리고 그녀는 라니에로의 집을 떠나서 아버지에게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그녀가 라니에로를 사랑한 만큼 증오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니까. 쟈코포 데글리 우베르티는 베틀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직조 공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는 멀리 프란체스카가 오는 것을 보았다. 이제 이제까지 오랫동안 예상했던 일들이 일어난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를 집으로 따듯하게 맞았다. 즉시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일을 모두 멈추고 무장한 채, 문을 굳게 닫으라고 명했다. 그리고 나서 쟈코포는 라니에로의 작업장을 찾아가서 그에게 말했다. “내 딸이 나에게 돌아왔고, 나의 집에서 같이 살도록 해달라며 간청하고 있네. 이제 내 딸이 자네에게 돌아오도록 강요하지 않기를 바라네. 자네가 처음에 약속한 대로 말이야.” 라니에로는 이 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와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여자에게 돌아오라고 사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프란체스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위로했다. “그녀는 저녁이 되기 전에 나에게 돌아 올 거야.” 하지만 그녀는 그 다음날에도, 이틀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날이 되자, 라니에로는 밖으로 나가서 플로렌스 상인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왔던 강도들을 찾아 다녔다. 그는 그들을 잡아내서는 플로렌스에 포로로 잡아 두었다. 그는 이틀동안 잠잠히 있으면서 그의 공적이 도시 전체에 퍼질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고, 프란체스카는 그에게 돌아 오지도 않았다. 라니에로는 그녀가 그에게 돌아오도록 재판장에게 간청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가 했던 약속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자신을 버린 여자와 같은 도시에 사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래서 그는 용병에 지원했고, 곧 지원보병대의 사령관이 되었다. 그는 항상 싸움터에 살았고, 많은 왕들을 섬겼다. 그가 항상 바래왔던 대로 훌륭한 용사로 많은 명예를 얻게 되었다. 그는 황제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훌륭한 군인이라고 칭송을 받았다. 라니에로가 플로렌스를 떠나기 전에, 그는 성당에 있는 성모 마리아 상에 맹세를 했다. 그가 모든 전투에서 얻은 최고의 가장 귀한 것들을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말이다. 누구나 라니에로가 성모상 앞에 바친 가장 귀한 선물을 볼 수 있었다. 라니에로는 그의 이런 훌륭한 선행들이 그가 살던 도시 플로렌스테 알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프란체스카 데글리 우베르티가 그에게 돌아오지 않은 것에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그녀는 그가 이렇게 성공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라센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성묘를 되찾기 위해서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었고, 라니에로 역시 십자군에 지원해서 동방 제국을 향해 떠났다. 그는 성과 땅을 탈환할 뿐만 아니라 아주 엄청난 공적을 세워서 그의 아내가 다시 그를 존경하며 그에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다.  예루살렘이 점령당한 다음 날 저녁, 도시 외곽의 십자군 부대는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천막마다 병사들은 술을 마시며 축하했고, 여기저기 술에 취해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라니에로 디 라니에로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의 천막은 다른 어떤 곳 보다고 더 요란하게 떠들어 댔다. 술잔을 비울 틈도 없이 하인들은 술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라니에로는 그날 어떤 곳에서 보다 가장 놀라운 승리를 거두었기에 축하 연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아침이 되자 도시는 포위되었고, 그는 볼로뉴의 제후 고드프리드 다음으로 성에 들어간 첫번째 인물이 되었다. 저녁에 그는 전 십자군 중에서 그의 용맹함으로 인해 큰 영예를 얻게 되었다. 살인과 노략질을 끝낸 후, 십자군은 통곡의 벽으로 가서 성묘 교회에 들어가 초를 밝혔다. 고드프리드는 라니에로에게 그리스도의 무덤 앞에 타오르던 성스러운 불꽃에서 그의 초에 불을 밝히도록 했다. 고드프리드는 라니에로를 전 십자군에서 가장 용맹한 군인이라고 여기는 듯 했다. 그래서 그는 공적을 받는 것에 대해서 아주 행복했다. 밤이 되자, 라니에로와 그의 동료들은 흥에 겨웠다. 광대와 악대들이 부대 안을 돌아다니면서 익살을 떨면서 사람들을 라니에로의 천막으로 이끌었다. 광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허락을 구했다. 라니에로는 그 광대가 아주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옛날이 진짜 있었던 일입니다. 예수님과 성 베드로가 천국의 성채 안에 있는 가장 높은 성에 하루 종일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분들을 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요. 예수님께서는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셨지만, 성 베드로는 가끔씩 기쁨으로 박수를 치거나 아니면 고개를 돌린 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그는 칭찬하면서 미소를 지었는데, 이내 눈물을 흘리며 애통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긴 하루가 지나고 낙원의 빛이 저물어 갈 즈음, 예수님께서는 성 베드로를 돌아보며 이제 확실하게 만족하고 안심해야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성 베드로가 예수님께 격양된 목소리로 대꾸했습니다. ‘제가 어떤 것에 안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천천히 대답하셨습니다. ‘나는 네가 오늘 일어난 일들을 보고 기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 베드로는 마음을 풀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예루살렘이 이교도들의 지배 아래 있어야만 한다는 것에 탄식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일들을 보고 나니, 그냥 예전처럼 이교도들의 통치 아래 있던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하고 말했습니다.” 라니에로는 이제야 그 광대가 그 날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라니에로와 다른 기사들은 처음보다도 더 큰 흥미를 가지고 듣기 시작했다. 광대는 기사들을 향해서 능글맞은 눈빛을 던지더니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성 베드로가 성 꼭대기에 기대어 서서 세상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산등성이에서 굴러 내려온 거대한 큰 바위 아래 깔린 도시를 보여 주었습니다. ‘저 산더미처럼 쌓인 시신들이 보이십니까? 저 벌거벗은 비참한 죄수들이 밤새 추위에 떨며 신음하는 것이 보이십니까? 불에 타서 폐허가 된 도시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예수님은 성 베드로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성 베드로는 그가 저 도시를 생각하면 항상 괴로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까지 처참하게 재난을 당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십자군 기사들이 자신들의 생명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정도로 아주 용맹하게 싸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광대는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서둘러 말을 계속 했다. “오,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세요. 어디까지 이야기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확실한 것은 성 베드로가 쏟아지는 눈물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슬프게 울면서 말했다는 것입니다.” 성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나는 저들이 이 정도로 잔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살인을 일삼고 약탈을 했습니다. 왜 주님께서 저 흉악한 자들을 얻기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그 모든 고통을 감당하셨단 말입니까?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기사들은 여전히 기분 좋게 웃으며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오, 이런 광대 녀석아, 성 베드로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격노하셨다는 거냐? 그들 중에 한 기사가 비명을 질러댔다. “이제 조용히 하라 구, 주님께서 우리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계속 들어 보자 구!” 다른 기사가 끼어 들었다. “아닙니다. 우리 주님은 침묵하셨습니다. 그분은 성 베드로가 분노에 떨 때 그와 논쟁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베드로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고, 주님께서는 그와 다투실 필요가 없으셨습니다. 마침내 군인들은 자신들이 점령한 도시가 어떤 곳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옷을 찢고 맨발로 회개하는 모습으로 교회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언급할 가치 조차 없을 만큼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탑에 기대어 서서 예루살렘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십자군 군대를 가리켰습니다. ‘주님의 기사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지 보이십니까? 하고 성 베드로가 물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곳에서 군사들이 술 마시며 흥청거리는 것을 보셨습니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앉아서 시리아 여인들이 춤추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여기저기 술잔은 계속 돌아가며 채워졌고, 전리품을 차지 하기 위해 주사위를 던지는 모습들…. “저 따위 이야기나 듣고 있다니.” 라니에로가 끼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죄악이었다는 말이냐?” 광대는 웃으면서 라니에로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라니에로는 “이제까지 말한 만큼 이야기 값이나 받고 어서 꺼져라.” 라고 말했다. “아닙니다, 끝까지 들어주세요!” 광대는 다시 간청했다. “이 불쌍한 광대가 그분이 말하신 것을 너무 쉽게 잊었습니다. 아! 이제 기억이 나요. 성 베드로가 주님께 물었습니다. 그들이 주님께 큰 신뢰를 얻고 있는지 말입니다. 물론 우리 주님은 이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들은 집을 떠나기 전부터 강도들이고 살인자들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강도들이며 살인자들입니다. 주님께서 하실 일이 남아 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고 성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이봐, 이 광대 녀석아!” 라니에로가 화난 목소리로 고함쳤다. 하지만 광대는 누군가가 그에게 달려 들거나 그를 집어 던지지 않는다면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갈 수 있는지를 시험이라도 하듯이 당당해 보였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갔다. “우리 주님은 호되게 꾸짖음을 당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그분은 열정적으로 몸을 기울여서 내려다 보셨고 이전 보다 더 세심하게 살피셨습니다. 성 베드로 역시 할끗 내려다 보면서, ‘주님, 무엇을 찾으시는 겁니까?’ 하며 궁금해 했습니다.’’ 광대는 아주 실감나게 상황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했다. 모든 기사들이 마치 그들 앞에 예수님과 성 베드로가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주님의 눈을 사로잡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우리 주님은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광대가 말했다. “성 베드로는 주님이 바라본 곳을 살펴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주님은 커다란 천막을 내려다 보셨고, 두 명의 사라센인의 머리가 긴 창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성스러운 도시에서 약탈한 수 많은 고급 양탄자들과 황금 그릇들과 값비싼 무기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 천막에는 온 군대가 약탈한 것만큼의 많은 전리품들이 있었습니다. 기사들은 모여 앉아서 술잔을 비우며 즐겼습니다. 오직 다른 점은 어느 곳 보다도 더욱 술에 취해 흥겨워 했다는 것입니다. 성 베드로는 왜 주님이 왜 기뻐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의 눈은 그곳을 내려다 보시면서 분명히 기쁨으로 빛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은 이전에는 그렇게 많은 잔인한 얼굴들이 한 탁자에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임을 주최하고 그 모임에 가장 상석에 앉은 사람이 그들 중에서 가장 잔악 무도했습니다. 그는 서른 다섯 살에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덩치에 야비할 뿐만 아니라, 흉터와 상처로 가득한 지저분한 몰골에 손은 굳은 살로 못 박혀 있었고, 그의 목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시끄러웠습니다.” 여기서 광대는 잠시 멈추었다. 마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라니에로와 다른 기사들은 그가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했고, 광대의 대담함에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뱃심좋은 녀석일세. 그래 네 녀석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들어 보자.” 라니에로가 말했다. 광대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마침내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성 베드로는 왜 주님이 기뻐서 웃으셨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성 베드로에게 그가 잘못 보았는지, 혹은 실제로 기사들 중에 한 사람이 그의 옆에 타오르는 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물으셨습니다.” 라니에로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침내 그는 광대에게 화가 나서 술병을 손을 뻗어서 광대에게 집어 던지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동료들이 그의 평판이나 수치에 대해서 입방아 찧을 까봐 자제했다. “성 베드로는 비록 천막이 횃불로 밝혀져 있었지만, 기사들 중에 한 명이 타오르는 양초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길고 두꺼운 양초였고, 시간 내내 타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양초를 고정시킬 만한 받침이 없었기에 그는 돌멩이들을 가져 다가 양초가 제대로 서 있도록 주변에 놓았습니다.” 기사들의 무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를 하면서 웃었다. 라니에로의 옆에 있는 양초는 광대가 묘사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라니에로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그가 가지고 있던 촛불은 몇 시간 전에 성묘 교회에서 밝히도록 허락 받은 것이었다. 그는 촛불이 꺼지도록 할 수 없었다. “성 베드로는 촛불을 보았습니다. 그는 왜 주님이 그렇게 행복해 하셨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 기사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 저 기사는 볼로뉴의 제후 이후에 바로 오늘 아침에 성에 들어간 자가 아닙니까. 오늘 저녁에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성묘 교회에서 촛불을 밝히도록 허락을 받은 이가 바로 저 기사입니다.’ ‘맞다’ 주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네가 본 것 대로, 그의 촛불은 여전히 밝게 타오르고 있구나.’” 광대는 매우 빠르게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가끔씩 라니에로를 남몰래 쳐다보았다. “성 베드로는 주님께 연민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저 기사가 촛불을 계속 타오르게 하는 지 이해하실 수 없으십니까?’하고 물었다. ‘주님께서는 그가 저 촛불을 볼 때마다 주님의 고난과 죽음을 생각한다고 믿으시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드프리드의 군대에서 가장 용감한 기사라고 알려져 있을 때 그가 이루었던 놀라운 업적만 생각합니다.’ ” 이 모든 이야기를 듣던 라니에로의 손님들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니에로는 너무 화가 났지만, 그 역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기사들이 그것을 더욱 웃음거리로 만들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님은 성 베드로를 반박하셨습니다.” 광대가 말을 이어갔다. ‘너는 저 기사가 촛불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는지 보이지 않느냐?’ 하고 주님이 물으셨습니다. ’그는 누군가 천막 덮개를 열 때마다 바람이 불어서 촛불을 꺼뜨릴까 두려워 하면서 불꽃이 꺼지지 않게 손으로 막고 있다. 게다가 그는 계속 나방을 쫓아 내면서 촛불을 꺼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구나.’” 그 광대가 사실을 말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좌중은 박장 대소했고, 웃음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라니에로는 감정을 억누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는 성스러운 촛불에 대해서 비아 냥 거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 베드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저 기사를 알고 계신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미사에 자주 가지도 않고 기도대 (祈禱臺)도 입지 않습니다.’ 라고 성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야, 베드로야.’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기억해라. 저 기사는 고드프리드보다도 더 경건해질 것이다.’ 경건함과 온유함이 나의 무덤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너는 라니에로가 과부들과 억눌린 죄수들을 돕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너는 그가 지금 성스러운 불꽃을 다루는 것처럼 병자들과 절망에 빠진 이들을 돌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광대가 말을 마치자 그들은 이성을 잃은 듯이 웃어댔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그들에게 그저 너무나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그들은 라니에로의 성격과 사는 방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농담과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라니에로는 그 광대를 혼내주려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가 그는 탁자에 아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 탁자는 헐거운 상자들을 세워놓은 문이었는데 흔들거리는 바람에 초가 쓰러졌다. 그것은 라니에로가 그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조심하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광대에게 달려들지 않고 화를 참으면서 직접 초를 집어서 촛불을 밝혔다. 그가 촛불을 밝히는 동안, 그 광대는 이미 달아나 버렸다. 라니에로는 어두운 밤에 그를 잡으러 가는 것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중에 그를 잡아낼 것이다” 라니에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손님들은 라니에로를 놀려대며 웃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한 손님은 라니에로를 돌아보며 계속 조롱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 말이야. 라니에로. 이번에 자네는 자네가 전투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들을 플로렌스에 있는 성모 마리아에게 바칠 수가 없을 것 같네.” 라니에로는 왜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그 기사가 대답했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이 성스러운 불꽃인데, 그것은 십자군 중에서 유일하게 자네가 성묘 교회에서 밝혀 오도록 허락을 받은 것이라 구. 분명히 자네는 그것을 플로렌스에 보낼 수 없을 거네.” 다른 기사들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가장 험난한 과제들을 떠맡은 기분이었다. 그들의 웃음을 끝장내기 위해서 그는 재빨리 결정을 내렸고 시종을 불렀다. “지오바니,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해라. 내일 너는 이 성스러운 불꽃을 가지고 플로렌스로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종자는 이 명령을 듣고서 단번에 싫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내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이 촛불을 가지고서 플로렌스까지 가는 것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제가 막사를 떠나기도 전에 촛불은 꺼지고 말 것입니다.” 하고 라니에로의 종자가 말했다. 라니에로는 그의 부하들을 차례로 불러서 부탁했다. 그는 그들 모두에게서 같은 대답을 들었다. 그들은 그의 명령을 거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손님들로 왔던 용병들은 심지어 더 크게 재미있어 죽겠다면서 웃어댔다. 라니에로의 부하들 중 아무도 그의 명령을 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했다. 라니에로는 점점 더 흥분했다. 마침내 그는 이성을 잃고서 소리쳤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성스러운 불꽃은 플로렌스로 옮겨질 것이다.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 “큰 소리치기 전에 먼저 잘 생각해 보게. 자네는 전쟁터에서 도망치는 거야.” 한 기사가 그에게 말했다. “내가 맹세컨대, 내가 이 성스러운 불꽃을 플로렌스로 가져갈 것이다.” 라니에로가 소리쳤다. “내가 직접 아무도 하지 않겠다는 일을 할 것이다.” 늙은 종자는 자신을 변호하며 말했다. “주인님,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주인님은 대규모의 수행단과 함께 가실 수 있지만, 저는 혼자서 가야만 합니다.” 라니에로는 아주 명확하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내뱉었다. “나 역시 혼자 떠날 것이다.” 이렇게 선언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천막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웃음을 그쳤다. 겁에 질린 채 앉아서 그들은 라니에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더 웃지 않는 거냐?” 라니에로가 물었다. “이런 일은 용감한 사내에게는 어린애 장난 일 뿐 이라 구.”  다음날 아침 새벽에 라니에로는 말에 올라 탔다. 그는 갑옷으로 무장했지만 겉에는 허름한 순례자의 망토를 걸쳤다. 그렇게 하면 철 갑옷이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어서 과열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칼과 방패를 차고, 훌륭한 말을 가지고 무장했다. 그는 한 손에 타오르는 촛불을 들고서 말 안장에는 긴 양초 꾸러미를 단단히 묶었다. 그래서 그 불꽃이 양초가 부족해서 꺼지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라니에로는 말을 타고서 천천히 길게 늘어선 천막을 통과했다. 그때까지 별 탈이 없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예루살렘을 둘러싼 깊은 골짜기에서부터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라니에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전 군대는 잠에 빠져 있었고, 라니에로는 쉽게 경비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들 중 아무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서 그를 볼 수 없었고, 길은 발까지 올라오는 먼지 같은 흙으로 덮여 있어서 말발굽 소리가 나지 않았다. 라니에로는 곧 진영 밖으로 빠져 나와서 욥바로 향했다. 이곳은 길이 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는 촛불을 들고 있었기에 매우 천천히 가야만 했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한 안개 속에서 촛불은 희미하게 겨우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벌레들이 불꽃을 향해 계속 날아 들었다. 라니에로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촛불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고, 가는 동안 내내 그가 감당하는 이 일이 너무 쉬워서 어린 아이조차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말은 너무 느린 속도에 지쳐서 빨리 걷기 시작했다. 불꽃이 바람에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라니에로가 손과 망토로 촛불을 가리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꽃이 점점 꺼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말을 멈추어서 잠시 말 위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말에서 내려서 뒤를 향해 앉았다. 그렇게 하면 그의 몸이 바람을 막아서 불꽃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그는 촛불이 계속 타오르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이 여행이 그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예루살렘 주변의 산을 통과할 때, 산 안개에 올라왔다. 그는 엄청난 고독감에 휩싸인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은 사람도, 말도, 푸른 나무나 식물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벌거벗은 바위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라니에로는 강도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그들은 허락 없이 군대를 따라다니며 빈둥거리는 이들이었는데, 절도와 노략질을 하면서 먹고 살았다. 그들은 언덕 뒤에 숨어서 낮게 포복하고 있었다. 라니에로가 말 위에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라니에로를 둘러 싸고 칼로 위협할 때 까지 라니에로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 대략 열 두어 명 정도 되는 강도들은 가난해 보였고, 볼품없는 말들을 타고 있었다. 라니에로는 즉시 그들을 물리치고 말을 타고 도망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전날 밤에 그는 너무나 자신에 차 있어서 쉽게 이 임무를 단념할 수가 없었다. 강도들과 협상하는 것 외에는 다른 탈출 방법이 없었다. 라니에로는 자신은 좋은 말을 타고 무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방어한다면 제압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맹세한 일이 있기 때문에 그는 저항하고 싶지 않으며, 하지만 그들이 싸움을 일으키지 않고 그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힘든 싸움을 예상했던 강도들은 라니에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즉시 그에게서 물건들을 빼앗기 시작했다. 그들은 갑옷과 준마와 무기들과 돈을 빼앗았다. 오직 남겨둔 것은 순례자의 망토와 두 꾸러미의 양초 뿐이었다. 그들은 정중하게 촛불을 꺼뜨리지 않겠다는 그들의 약속을 지켰다. 그들 중 한 명이 라니에로의 말을 차지했다. 그는 아주 좋은 말을 차지해서 미안한 마음이 약간 들었던 것 같았다. 그는 라니에로를 불렀다. “이봐, 이봐, 우리는 크리스천들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지는 않을 거야. 너는 나의 늙은 말을 가져가도 좋아.” 그것은 끔찍할 정도로 허약한 말이었다. 마치 나무로 만들어진 것처럼 딱딱했다. 마침내 강도들은 떠난 후, 라니에로는 약해 빠진 말을 타고서 산을 오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 촛불에 홀린 것이 분명해. 이것 때문에 내가 정신 나간 거지처럼 다녀야 하다니.” 그는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임무가 정말 실행 불가능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취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그를 사로잡았고, 그 목적을 이루고 싶은 욕구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훨씬 더 멀리까지 가버렸고, 주변에 보이는 것은 벌거벗은 노란 언덕들 뿐이었다. 한참 후에, 그는 네 마리의 염소를 기르는 목동을 만났다. 라니에로가 메마른 땅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을 보았는데, 흙을 먹고 있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황무지였다. 그 목동은 십자군들에게 큰 염소 떼를 빼앗겼다. 그래서 목동은 다가오는 외로운 순례자를 보고 할 수 있는 한 그를 해치려고 했다. 그는 라니에로에게 달려들어서 지팡이로 라니에로의 촛불을 겨냥했다. 라니에로는 촛불에 집중하느라 목동의 공격에 자신을 방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촛불을 보호하기 위해서 촛불을 더 가까이 끌어당길 뿐이었다. 목동은 여러 번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놀라워 하면서 공격을 멈추었다. 그는 라니에로의 망토에 불이 붙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성스러운 불꽃이 위험에 처한 동안은 불을 끄려고 하지 않았다. 그 목동은 부끄러움을 느낀 듯 했다. 오랫동안 그는 라니에로를 따라갔고, 매우 좁은 길목에서 길의 양 쪽에 깊은 균열이 생긴 것을 보고서 라니에로를 위해서 말을 이끌어 주었다. 라니에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 목동이 분명히 자신을 고행하는 성인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라니에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예루살렘 함락에 대한 소문이 이미 해안까지 퍼졌고, 많은 무리가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순례자들은 예루살렘으로 갈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한 새로 도착한 십자군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식량을 가지고 길을 서두르는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라니에로가 불타는 양초를 손에 쥔 채 거꾸로 말을 타고 오는 모습을 보자, “미친 녀석, 미친 녀석!” 하면서 소리질렀다. 대부분이 이탈리아 인들이었고, 라니에로는 그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파쪼, 파쪼!”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라니에로는 하루 종일 자신을 잘 방어했다. 그런데 이 계속되는 야유에 극도로 화가 났다. 즉시 그는 말에서 내려서 그의 힘센 주먹으로 야유를 퍼붓던 자들을 혼내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라니에로의 주먹이 얼마나 센지를 보았고, 슬슬 도망치기 시작했다. 라니에로는 곧 길가에 혼자 남게 되었다. 라니에로는 다시 혼자 생각에 빠졌다. “사실 그들이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긴 하지.” 그리고 그가 촛불을 찾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그때까지도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초가 어느 구멍 속으로 굴러 들어간 것을 보았다. 불꽃은 꺼졌지만, 그는 한 줄기 불씨가 잔디에 남아 있는 것은 보았다.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불꽃이 꺼지기 전에 잔디에 옮겨 붙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아주 수치스러운 일이 될 뻔했어.” 그는 양초를 켜고 말 안장에 올라 탔다. 그는 심하게 굴욕감을 느꼈다. 그의 여행에서 그가 성공적으로 임무 수행을 할 수 있을 듯 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서 라니에로는 라말라에 도착했다. 대상(隊商)들이 머무는 밤 항구에 이르렀는데, 그곳은 숙사로 가득했다. 그 주변은 모두 여행자들이 말을 쉬게 할 수 있는 작은 마구간들이 있었다. 공간이 없었지만 자신들의 가축 옆에서 잘 수 있었다. 그 곳은 사람들로 가득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이 라니에로와 그의 말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는 또한 말에게 사료를 주었고, 라니에로에게도 음식을 주었다. 라니에로는 자신이 잘 대접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강도들이 내 말을 빼앗아 가면서도 나를 도와주었다고 믿었지. 그들이 나를 미치광이로 오해한다면, 이 촛불을 가지고 더 쉽게 이 나라를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 틀림없어.” 그는 말을 마구간에 매어 놓고서 짚 더미 위에 앉아서 손에는 촛불을 쥐고 있었다. 밤새 잠도 못자고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은 그에게 큰 곤욕이었다. 그는 자리를 잡고 앉자 몰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엄청나게 기진맥진해서 대자로 뻗은 채 잠이 들어서 아침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촛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짚 더미 속을 뒤지면서 양초를 찾았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 그것을 훔쳐가서 꺼버렸구나.” 그는 모든 것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이제 그는 불가능한 임무를 애써 수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꼈다. 그는 전에는 한번도 확고한 결심을 성공적으로 이루려고 그렇게 애타게 바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구간에서 말을 꺼내어 떠날 준비를 했다. 그가 막 떠나려고 하는데 숙사를 운영하던 주인이 그에게 다가와 촛불을 건넸다. “당신이 지난 밤 잠든 것을 보고서 내가 촛불을 가져가 보관해야 했습니다. 자, 여기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어로 말했다. 라니에로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차분하게 대답했다. “촛불을 끄신 것은 잘 하신 일입니다.” “저는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도착했을 때, 촛불이 타고 있는 것을 눈 여겨 보았고, 그렇게 계속 타오르게 해야 할 만큼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가 얼마나 많이 닳았는지 보시면, 밤새 초가 타고 있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라니에로는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그 여관 주인에게 진심을 다해서 감사하면서 아주 가뿐해진 마음으로 여행 길에 올랐다. IV 라니에로가 예루살렘에 있는 진영에서 빠져 나왔을 때, 그는 욥바에서 이탈리아까지 바다를 건너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강도들에게 있는 돈을 모두 강탈당한 후에 그는 마음을 바꾸어 육지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아주 긴 여행이었다. 욥바에서 그는 북쪽으로 시리아 해안을 따라서 올라갔다. 그리고 소아시아 반도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콘스탄티노플이 나올 때까지 계속 나아갔다. 그곳에서부터 플로렌스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지루한 긴 여행을 해야만 했다. 여행하는 동안 그는 순례자들의 도움으로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빵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들 대부분은 예루살렘으로 대규모로 이동하는 순례자들이었다. 그는 항상 거의 혼자서 여행을 했지만, 그가 보낸 날들은 결코 길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촛불을 지켜야만 했고, 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산들바람이 살짝 불거나 작은 빗방울에도 촛불이 꺼졌을 것이다. 라니에로는 외롭게 길을 가면서도 오직 촛불이 계속 타오르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전에 촛불처럼 민감한 어떤 것을 돌보던 사람이 있었다. 이러한 옛 추억은 처음에는 그에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그 일은 꿈만 같았다. 하지만 혼자 말을 타고 가면서 그에게 계속 밀려드는 생각은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건 내 인생에서 어느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거야.” 어느날 저녁, 그는 한 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해질 무렵이었는데 아내들이 문 밖에 서서 남편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따뜻한 눈빛을 가진 한 여인을 보았다. 그녀의 모습에서 그는 프란체스카 데글리 우베르티를 떠올렸다. 즉시 그가 이제껏 계속 생각해 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해 졌다. 프란체스카의 사랑은 그녀에게 성스러운 불꽃과 같았다. 그녀는 그 사랑이 계속 타오르기를 바랬고, 그녀는 계속 라니에로가 그것을 망칠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에 스스로 도 놀랐지만, 점점 더 그 일이 상징하는 것이 뚜렷해졌다. 처음으로 그는 왜 프란체스카가 그를 떠나야만 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공훈을 세워도 그녀를 돌아오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라니에로가 시작한 여행은 길고도 험했다. 그는 태풍이 불어 닥치는 것도 보았고, 엄청난 낭떠러지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서운 외딴 곳을 다니기도 했다. 마침내 바위 꼭대기에서 그는 한 사라센 성인의 무덤을 보았는데, 둥근 천장이 있는 작고 네모난 돌무덤이었다. 그는 그곳이 쉬어가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거의 눈보라가 몰아칠 때쯤 간신히 그곳에서 이삼일 정도 머물렀다. 게다가 날씨가 아주 추워져서 그는 거의 얼어죽을 지경이었다. 라니에로는 수북한 나뭇가지들과 잔가지들이 산 위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불을 피울 만한 것들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가 성스럽게 여기는 촛불을 생각했다.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것 외에는 그 촛불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눈보라는 점점 심해졌고, 갑자기 천둥이 치면서 번개가 번쩍였다. 산에 번개가 내려 치면서 바로 그가 있던 무덤 앞의 나무에 불이 붙었다. 이렇게 그는 성스러운 불꽃에서 불을 옮겨 붙이지 않고도 불을 피울 수가 있었다. 라니에로는 길리키아 산의 황량한 지역을 통과하고 있을 때, 그의 초들이 모두 닳아져 버렸다. 예루살렘에서 가져왔던 초들은 여태껏 쓸 수 있을 만큼 긴 초들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촛불을 계속 밝힐 수 있을 만큼의 초가 있었다. 여행 도중에 크리스천 공동체들을 찾아가서 새 초들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초들은 바닥이 났고, 그는 이렇게 여행이 끝나버리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초가 거의 타버려서 불꽃이 그의 손을 닿을 정도가 되었다. 그는 황급히 말에서 뛰어 내려서 마른 가지들과 나뭇잎들을 모아서 마지막 남은 불꽃으로 불을 붙였다. 그러자 불꽃은 곧 살아났다. 그는 주저 앉은 채 이제 성스러운 불꽃이 사라지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는 길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가파른 길을 따라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들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져 있었다. 그들은 성인이 살았던 작은 동굴로 가는 길이었다. 라니에로는 그들을 따라 갔다. 그들 중에 한 여인은 너무 나이가 많이 들어서 걷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라니에로는 그녀를 산 까지 업어다 주었다. 그녀가 나중에 그에게 감사할 때, 그는 그녀에게 손짓으로 혹시 그에게 그녀의 초를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 했고, 몇몇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초들을 주었다. 그는 그 양초들을 가지고 서둘러 가파른 산길을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성스러운 불꽃에서 얻은 마지막 불씨로 초에 불을 붙였다. 어느날 아주 더운 오후였다. 라니에로는 덤불 숲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잠시 누웠다. 그는 코를 골면서 잠이 들어 버렸고, 그 동안 촛불은 그의 옆에 두 개의 돌 사이에 세워져 있었다. 그가 잠시 잠을 자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비가 계속 내리는데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주변의 땅이 모두 젖어 있었다. 라니에로는 성스러운 촛불이 꺼졌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감히 촛불이 있는 쪽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불꽃은 비 속에서도 조용히 계속 타오르고 있었고, 라니에로는 두 마리의 새들이 날아와서 촛불 위에서 퍼덕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새들은 그들의 부리로 다정하게 불꽃을 어루만졌고, 날개를 활짝 펴고 촛불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렇게 새들은 쏟아지는 비 속에서 그 성스러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켰던 것이다. 라니에로는 바로 그의 모자를 벗어서 촛불을 보호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작은 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그 새들을 길들이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새들은 도망가지 않았고, 그는 새들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그 새들이 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새들은 내가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을 보호하려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라고 그는 생각했다. 라니에로는 비티니아에 있는 니케아 부근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그는 성지(the Holy Land)로 십자군을 이끌고 가는 서유럽에서 온 제후들을 만났다. 이 원정대에는 떠돌이 기사이면서 음유 시인인 로버트 타일레퍼라는 사람이 있었다. 낡은 망토를 걸친 라니에로가 손에 촛불을 들고서 다가 오자 그 군인들은 여느 사람들처럼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런 미친 녀석을 보았나. 미치광이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전령에게 물었다. “이렇게 멀리서 여행했습니까?” “저는 예루살렘에서부터 계속 이렇게 말을 타고 왔습니다.” 라니에로가 대답했다. “여행 하는 동안 촛불이 꺼졌나요?” “이것은 예루살렘에부터 가져온 바로 그 불꽃입니다.” 그러자 로버트 타일러퍼가 말했다. “나도 촛불을 운반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입니다. 나는 그 촛불이 항상 타오르게 했었죠. 하지만 어쩌면 예루살렘에서부터 내내 그 촛불을 들고 왔다는 그대는 내가 어떻게 해야 그 촛불을 꺼뜨리지 않을 수 있는지 말해 줄 수 있겠군요.” 그러자 라니에로가 대답했다. “친애하는 기사여, 그것은 어려운 임무입니다. 비록 그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이 작은 불꽃은 당신의 모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신은 촛불 외에 다른 것은 절대 생각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이런 일을 감당하기를 원한다면, 성스러운 촛불 때문에 감히 연회에 앉아 있지도 못할 것이고, 어떠한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머리 속에는 이 촛불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며, 다른 행복을 누려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내가 견뎌온 이 여행을 망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충고해줄 수 있는 것은 당신은 한 순간도 안전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촛불을 지키기 위해서 겪었던 수 많은 위험들 가운데서 한 순간도 스스로를 안전하게 하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바로 다음 순간에 당신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도 예상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로버트 타일러퍼는 교만하게 고개를 들면서 대답했다. “자네가 성스러운 불꽃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을 겪었던지 간에, 나는 내 방식대로 할 것일세.” 라니에로는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어느날 그는 산 속에서 외진 길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한 여인이 그에게 달려오더니 그의 촛불에서 불을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다. “제 집에 불이 꺼졌습니다. 제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답니다. 불을 빌려 주신다면 제가 오븐에 불을 지펴서 아이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그녀는 촛불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뒤로 물러섰고, 성스러운 불꽃을 성모 마리아 앞에 가져가 전에 어떤 것에도 불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 여인이 말했다. “순례자님, 저에게 불을 나누어 주십시오. 저의 아이들의 생명이 저 불꽃에 달려있어요. 저에게 그 불이 너무나 필요하답니다!” 이 간절한 애원을 듣고 그는 그녀의 꺼져가는 램프에 불을 나누어 주었다. 몇 시간 후에 그는 마을로 들어섰다. 그곳은 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아주 추운 날이었다. 한 농부가 길가에 서서 다 헤진 망토를 걸친 채 말을 타고 오는 불쌍한 사람을 보았다. 즉시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그에게 덮어 주었다. 그런데 외투가 촛불 위로 떨어졌고 촛불이 꺼지고 말았다. 라니에로는 자신의 불을 빌려간 여인이 생각났다. 그는 그녀를 다시 찾아가서 성스러운 불꽃으로 초를 다시 밝혔다. 그는 말을 타고 떠날 준비를 하면서 물었다. “당신이 지켜야만 하는 성스러운 불꽃은 당신의 아이들의 생명이라고 말했소. 내가 여행 내내 지녀왔던 이 불꽃에 이름을 붙여줄 수 있겠소?” “그 촛불을 어디서 처음 밝히셨습니까?” 여인이 물었다. “그리스도의 무덤에서 밝혔습니다.” 라니에로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오직 ‘온유하고 자비로운 사랑’이라고 불릴 수 있겠군요.” 그 여인이 말했다. 라니에로는 그 대답을 듣고는 웃었다. 선행을 하는 보기 드문 사도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라니에로는 아름다운 파란 언덕들 사이로 나아갔습니다. 그는 플로렌스가 가까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촛불을 곧 나누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에 있는 텐트를 생각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전리품들로 가득했고, 그의 용감한 장병들이 여전히 기쁘게 그가 더 많은 전쟁을 치루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승리와 명예를 얻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무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그의 머리 속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예루살렘을 떠날 때의 그 라니에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성스러운 불꽃과 함께 한 여행에서 그는 평화롭고 지혜로우며 열정에 가득찬 사람들과 기뻐할 수 밖에 없었고, 잔인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는 평화롭게 자신들의 집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행복했다. 그리고 그는 플로렌스에 있는 그의 예전 작업장으로 돌아가서 아름답고 예술적인 일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틀림없이 이 불꽃이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거야. 나는 이 불꽃이 나를 새롭게 변화시켰다고 믿어.” 라고 라니에로는 생각했다. V 라니에로가 플로렌스에 도착했을 때는 부활절기 였다. 그는 말을 거꾸로 탄 채 겨우 도시에 들어섰다. 그는 모자를 뒤집어 써서 얼굴을 가리고 손에는 타오르는 촛불을 들고 있었다. 한 거지가 일어나서 소리쳤다. “미치광이다. 미치광이야!” 이 소리를 듣고서 한 거지 아이가 문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던 한 부랑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 둘은 같은 말로 외치기 시작했다. “미치광이야! 미치광이야!” 하지만 이것은 라니에로가 익숙하게 겪었던 것이었다. 그는 조롱하는 이들을 뒤로 한 채 조용히 거리로 향했다. 그들은 단순히 소리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 둘은 라니에로에게 달려들어서 촛불을 끄려고 했다. 라니에로는 촛불을 높이 들고서 동시에 말을 몰아서 그 소년들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썼다. 그들은 라니에로를 계속 따라가면서 촛불을 끄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라니에로가 촛불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쓰면 쓸수록, 그들은 더욱 신나서 방해하려고 했다. 그 소년들은 서로의 등에 올라탄 채 볼에 가득 공기를 집어넣고서 불어댔다. 그들은 촛불을 끄기 위해서 모자를 휘두르기도 했다. 그들이 너무 정신 없게 설치느라 정작 그들은 촛불을 끄지 못했다. 이것은 길거리에서 아주 볼만한 광경이었다. 사람들을 창가에 서서 구경하면서 웃어댔다. 어느 누구도 촛불을 지키려고 사력을 다하는 광인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그때는 교회 시간이었고, 많은 예배자들이 미사에 참여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들 역시 멈춰 서서 그 광경을 보고 웃어댔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말 안장 위에 바로 앉은 채, 촛불을 가릴 수 있었다. 그는 아주 몹시 화가 난 듯 보였다. 망토가 벗겨지면서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순교자의 모습처럼 지치고 창백했다. 그는 촛불을 가능한 한 높이 치켜 들었다. 온 거리가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모두가 그 촛불을 끄려고만 했다. 라니에로가 덩굴로 우거진 어느 집의 발코니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한 여인이 그 발코니에 서 있었다. 격자를 넘어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그 촛불을 훔쳐서 달아났다. 그 여인은 프란체스카 데글리 우베르티 였다.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야유했다. 라니에로는 말 안장 위에서 기우뚱하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충격을 받아서 정신을 잃자마자, 온 거리는 텅텅 비어버렸다. 아무도 상처 입은 라니에로를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옆에 있어준 유일한 존재는 그의 말이었다. 군중이 거리에서 사라져 버리자 마자, 프란체스카는 타오르는 촛불을 손에 들고서 집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그녀의 모습은 온화했으며, 그녀의 두 눈은 깊고 따뜻했다. 그녀는 라니에로에게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들여 다 보았다. 그는 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촛불이 그의 얼굴에 비취자 그는 몸을 뒤척이면서 깨어났다. 그 촛불이 그에게 완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정신이 드는 것을 보고서 그에게 말했다. “여기 당신의 촛불이 있어요. 내가 당신에게서 훔쳤던 거에요. 나는 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촛불을 지키는지를 보았어요. 이제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겠네요.” 라니에로는 절망했고, 상처 받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프란체스카는 그를 부축했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라니에로가 말 위에 앉자 그녀가 물었다. “성당으로 갈 거요.”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함께 갈게요. 저도 성당에 가는 길이거든요.” 그녀는 그가 타고 있는 말을 이끌었다. 프란체스카는 그를 보는 순간 바로 그가 라니에로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눈 여겨 볼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는 촛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가는 내내 침묵했다. 라니에로는 오직 촛불만 생각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을 잘 보호하는 데만 집중했다. 프란체스카는 그녀가 두려워했던 일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라니에로가 미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비록 그녀가 그렇게 확신했더라도 그녀는 어떠한 긍정적인 확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그와 대화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한참 후에 라니에로는 그의 곁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돌아보니 프란체스카가 그의 옆에서 걸으며 울고 있었다. 하지만 라니에로는 아주 잠시 그녀를 돌아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성스러운 불꽃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다. 라니에로는 그녀에게 그를 성구실로 인도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그곳에 내려서 프란체스카의 도움에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오직 촛불만 지켜보았다. 그는 혼자서 성구실의 신부들을 만나기 위해 걸어 들어갔다. 프란체스카는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날은 부활절 전날이었다.제대 앞에 불이 켜지지 않은 많은 초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그것은 애통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프란체스카는 이제껏 밝혔던 모든 희망의 불꽃이 이제 꺼져버렸다고 생각했다. 성당에서 깊은 엄숙함으로 가득했다. 제대 앞에는 많은 신부들이 있었다. 수사 신부들이 성단소에 주교와 함께 앉았다. 이윽고 프란체스카는 신부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눈치챘다. 미사를 집전할 필요가 없었던 수사 신부들이 일어나서 성구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마침내 주교 또한 나갔다. 미사가 끝나자, 한 신부가 성단소 옆에 서서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라니에로 디 라니에로가 예루살렘에서부터 성스러운 불꽃을 가지고 플로렌스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라니에로를 칭송했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앉아서 그 얘기를 들었다. 프란체스카는 이렇게 행복한 순간을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다. “오, 주님!”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것은 제가 이제껏 바래왔던 것보다 더 놀라운 기쁨입니다.”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신부는 길게 자세히 이야기했다. 마침내 그는 아주 강하고 감격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 촛불이 플로렌스로 가져온 것이 하찮은 일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그분이 천상의 빛을 전하는 많은 이들을 플로렌스에 보내주시도록 하느님께 기도하십시오. 그렇게 된다면 플로렌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도시들 중에 도시라고 크게 칭송 받을 것입니다.” 신부가 말을 마치자, 성당의 문이 열렸고, 수사 신부들과 수도사들과 신부들이 중앙 복도를 통해 제대를 향해서 걸어 들어왔다. 주교는 마지막으로 입장하고 있었는데, 그의 옆에는 라니에로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여행 내내 입었던 낡고 닳은 망토를 그대로 입은 채 였다. 하지만 라니에로가 성당의 입구를 통과해서 들어왔을 때, 한 노인이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오도라고 불리는 라니에로를 위해서 일했던 기능공의 아버지였다. 그 기능공은 라니에로 때문에 목을 메고 죽었다. 이 노인은 주교와 라니에로에게 다가가서 그들에게 고개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그는 성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외쳤다. “라니에로가 예루살렘에서부터 성스러운 불꽃을 가져온 것은 플로렌스를 위해서 아주 위대한 일입니다. 그런 일은 이제까지 들어 본 적도 또한 꿈꾸어 본 적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라니에로가 가져온 증거와 증인들을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이것이 예루살렘에서 밝혀온 진짜 성스러운 불꽃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확증해 주십시오.” 라니에로는 이 이야기를 듣고서 말했다. “하느님, 저를 도와주십시오.어떻게 제가 증인을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혼자서 이 여행을 감당했습니다. 나를 위해 변론해 줄 증인들은 사막들과 황폐한 산들 뿐입니다.” “라니에로는 정직한 기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말을 믿습니다.” 주교가 말했다. “라니에로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 일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이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분명히 그는 여행 내내 혼자서 말을 타고 올 수 없습니다. 그의 어린 시종들이라면 분명히 그를 옹호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도가 말했다. 그때 프란체스카가 라니에로를 향해 달려갔다. “왜 우리가 증인이 필요하다는 거죠? 플로렌스의 모든 여인들은 라니에로가 진실을 말한다고 맹세할 수 있어요!” 라니에로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다시 한번 그 촛불을 바라보았다. 성당 안에 큰 동요가 일어났다. 어떤 이들은 라니에로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때까지 제대에 있는 양초들에 불을 밝혀서는 안된 다고 말했다. 많은 그의 오랜 원수들이 이 말에 동의했다. 그때 자코포 데글리 우베르티가 일어나서 라니에로의 편을 들며 말했다. “나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제 사위와 나 사이에 아무런 좋은 관계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 제 아들들과 저는 그를 위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가 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려고 마음먹었던 사람이라면 지혜롭고 분별 있는, 또한 마음이 고결한 자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기꺼이 그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도와 많은 다른 이들은 라니에로가 그렇게 고대하던 축복을 누리도록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들은 똘똘 뭉쳐서 라니에로를 몰아세웠고, 그들의 요구를 철회하려고 하지 않았다. 라니에로는 만일 이러다가 큰 싸움으로 번진다면, 그들이 즉시 촛불을 빼앗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는 그의 적들을 향해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가능한 높게 촛불을 들어 올렸다. 그는 지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비록 그가 마지막까지 버티고 싶어도 그가 질 것이라는 것이 너무나 명확했다. ‘이제 그가 촛불을 밝히도록 허락을 받더라도, 그것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요?’ 오도의 말은 치명적이었다. 의심의 구름이 일어나자, 그것은 급속도로 확산되어 퍼져나갔다. 그는 오도가 이미 성스러운 불꽃을 영원히 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한 마리 작은 새가 성당의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날아 들어왔다. 그 새는 라니에로의 촛불을 향해 곧장 날아왔다. 촛불을 옮길 새도 없이 그 새는 촛불로 달려들어서 불꽃을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라니에로의 팔이 떨어졌고, 그의 눈에서 눈물이 가득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는 안도감을 느꼈다. 차라리 인간들이 그 촛불을 꺼뜨리는 것보다 더 잘 된 일이었다. 그 작은 새는 성당 안에서 여기저기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일제히 큰 비명이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저것 봐. 새에 불이 붙었어! 새의 날개에 성스러운 불꽃이 붙은 것을 봐!” 그 새는 두려움에 떨며 울어댔다. 아주 잠깐 동안 그 새는 깜박거리는 불꽃처럼 퍼덕이더니 높은 아치형 성단소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새는 갑자기 아래로 내려오더니 성 마리아 상 위에 죽은 채로 떨어졌다. 새가 제대 위에 떨어지는 순간, 라니에로는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성당을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불에 타버린 새의 날개에서 불꽃을 가져가 성 마리아 상 앞에 있는 양초들에 불을 붙였다. 그때 주교가 일어나서 선포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그를 위해 변론하신 것입니다.” 성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 그의 친구들과 그의 적들 모두가 그들의 의심과 억측들을 떨쳐 버렸다. 그들은 하느님의 기적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느님이 하신 거야! 하느님이 그를 위해 입증해주셨어!” 오직 전설과 같은 이야기는 그가 남은 생애 동안에 엄청난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고 전한다. 라니에로는 지혜롭고 신중하며 열정에 가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플로렌스 사람들은 항상 그를 파쪼(Pazzo: 광인) 데글리 라니에로 라고 불렸다. 사람들이 그가 미쳤었다고 믿었던 일을 추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에게 명예로운 훈장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파찌(Pazzi)라는 가문을 세웠고, 오늘날에도 그렇게 불리 우고 있다. 해마다 부활절 전날이 되면, 라니에로가 성스러운 불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는 데, 이것은 플로렌스에서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에는 그들은 항상 불이 붙은 모형 새를 성당 안에서 날리도록 했다. 이 전통은 최근에도 다른 변화 없이 오늘날에도 기념 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플로렌스에 살았던 성스러운 불꽃의 후손들은 그 도시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들 중에 하나로 만들었다. 그들은 라니에로를 모범으로 삼았고, 희생하고, 고통 받고, 인내하라고 격려 받았다. 이것이 사실일지라도 아마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 불꽃에 의해 이루어진 일들은 암흑과 같은 시대에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아무도 예측하거나 미리 내다볼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